[미디어펜=김영진 기자] "CJ그룹에 재직 당시에는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서두르고 직원들을 함부로 다루고 막말을 했을 수 있다. 유학을 다녀와 바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조직 생활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도 많이 변했고 CJ 때처럼 했다가는 금방 매장됐을 것이다. 현재 직원들에게도 엄청 조심히 문자를 보내고 말을 한다."
최근 서울 청담동 평양일미에서 만난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의 말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책 등에서는 좋은 모습만 보여지고 카리스마와 민감한 사람일 줄 알았으나, 의외로 인간미와 소박함이 느껴졌다. 사진 촬영을 하는데도 까탈스러움이 전혀 없었다. 특히 자신에 대한 비판에 매우 속상해했다.
그는 마켓오와 비비고 등을 만든 국내 손꼽히는 미식 브랜드 컨설턴트지만, 항상 잡음이 끊이지 않은 인물이다. 그와 관련된 기사 등에는 항상 악성 댓글들이 따라 다닌다. 비판 세력들이 어디선가 존재한다.
일에 대한 애착도 강하고 열정도 많지만 동시에 적도 많이 만드는 스타일
일에 대한 애착도 강하고 열정도 많아 그를 추종하는 사람도 많지만, 적도 동시에 많이 만드는 인물. 그에게 당해본 사람들은 아직도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복수의 화살을 보낼 수 있다. 그가 조용히 살면 좋겠지만, 그는 과거보다 더 많은 일을 벌이며 SNS 등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노 대표는 오리온과 CJ 등에 재직하면서 많은 성과를 올린 점도 강조했지만, 그로 인해 피해 본 직원들에게도 나쁜 의도가 있어 한 언행이 아니었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투나 갑질 등 사회가 많이 변한 것을 알고 있다. 만약 내가 지금 CJ에서 했던 것처럼 직원들을 대했다면, 난 이미 사회에서 매장됐을 것이다. 무심코 던진 말들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지는 몰랐다. 조직 생활을 해보지 않아 대기업 조직을 잘 몰랐다. 절대 나쁜 의도로 직원들을 함부로 대한 것은 아니다. 빨리 성과를 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그래서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도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난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하늘에 맹세코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절대 없다."
미투나 갑질사태 보며 지금은 직원에게 문자 하나, 말 한마디도 조심
이런 과거의 경험 때문인지, 지금 그는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낼 때, 받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을까 읽고 또 읽어보며 신중하게 문자를 보낸다고 한다. 직원들과 일 외적으로는 조금 시간을 가지며 소통하며 지낸다고 한다.
1963년생인 그는 올해 한국 나이로 59세이다. 내일모레 환갑을 내다보고, 돈도 벌 만큼 벌었을 텐데도 그의 삶에는 '쉼표'가 없다. '히노노리', '퍼스트플러스에이드', '평양일미' 등이 최근에 만든 외식 브랜드이다. 그외에도 코로나 시대에 맞춰 '삼거리푸줏간'에서는 만두와 곰탕 등 가정간편식(HMR)도 만들어 활발히 판매하고 있다.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이라는 책도 출간해 벌써 8쇄를 찍었다. 개인 SNS도 직접 운영하며 활발히 자신을 알리고 소통하고 있다. 이제는 쉬어도 될 법한데 이런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욕심보다는 열정이 많다고 생각한다. 에너지가 많고 가만히 있는 걸 싫어하고 계속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탐구하는 걸 좋아한다. 인스타그램도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 그들에게 배우는 것이 엄청 많다. 프로페셔널하고 열정이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 나의 직설적인 언행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도 많다."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평양일미 외관./사진=미디어펜
욕심보다는 열정, 프로페셔널하고 열정이 많은 사람 좋아해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법인도 모두 따로 만들었다. 또 그의 외식 사업을 이끄는 주요한 전략은 무엇일까.
"히노노리, 평양일미, 퍼스트플러스에이디 등을 론칭하며 식음연구소, 넥스트에이드, 비앤어스라는 법인도 함께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다. YG에서 나오면서 삼거리푸줏간과 쓰리버즈도 함께 가지고 나왔다. 법인이 다른 이유는 투자자가 달라서이다. 매장 오픈하면서 고수하는 것은 매출 기반으로 임차료를 지급하는 스타벅스 전략이다."
그가 말하는 '스타벅스 전략'은 건물주와 계약을 할 때 매출 대비 몇 퍼센트로 임차료를 지급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요즘처럼 코로나로 매출이 떨어질 때 매월 고정액으로 임차료를 지급하면 살아남을 매장은 없을 것이라는 거다. 그는 정확하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스타벅스보다 적은 비율을 주는 조건으로 건물주와 계약한다고 전했다.
노 대표는 셰프 출신이거나 미식 전문가라기보다 '음식 브랜드 전략가' 혹은 '음식 브랜드 컨설턴트'에 가깝다. 그의 책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에서도 "비평가가 아니라 전략가가 되어라"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그가 론칭한 브랜드는 '컨셉은 좋으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브랜드를 만들어 연예인 등을 동원에 이슈화한 이후 매각하고, 또 브랜드를 만들어 매각하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다.
CJ푸드빌 망가진 점 안타까워, 인수도 고려했었다
"내가 CJ에 있을 때 CJ푸드빌의 외식 브랜드들은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내가 지금까지 CJ에 있었다면 CJ의 외식 브랜드들이 지금처럼 망가졌을까. 나라면 그렇게 망가지도록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를 나온 입장에서 브랜드를 '유지(maintenance)' 책임까지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CJ푸드빌이 망가지는 걸 보고 너무 안타까워 내가 인수를 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내가 만든 브랜드들도 모두 자식 같아 쉽게 만들어 팔지 않는다. 팔더라도 제대로 키운 이후에 판다. YG에서 삼거리푸줏간과 쓰리버즈를 가지고 나온 것도 그런 이유다. 여의도 '세상의 모든 아침'도 7년 동안 운영하면서 성공시켜 아직도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노 대표뿐 아니라 수많은 디자이너나 사업가들이 자신이 만든 브랜드를 대기업에 매각하고 임원으로 간 경우가 많다. 정구호가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구호'를 매각하고 오랜 기간 임원으로 재직했고, 정욱준 상무도 '준지'를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매각하며 현재까지도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슈콤마보니'의 이보현 디자이너, '럭키슈에뜨'의 김재현 디자이너도 코오롱FnC에 브랜드를 매각했다. 그러나 이들은 브랜드를 매각하고 퇴사한 이후에 회사에 있었던 일과 브랜드를 공식적으로 잘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 대표는 아직도 오리온과 CJ에 재직했던 일과 매각한 브랜드를 끊임없이 '재탕'한다. 과거에 갇혀 사는 모습이다. CJ와 오리온은 그가 회사를 언급할 때마다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비비고'와 '마켓오' 맛 이상하면 회사에 전화...영원한 현역
"내가 주도해서 만든 브랜드라 자식 같아서 그런 거 같다. 난 아직도 '비비고'와 '마켓오' 제품을 먹어보고 맛이 이상하면 회사에 전화해서 코멘트를 남긴다. 회사에서는 이런 나를 싫어할 수 있다. 그래도 그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식음 브랜드에 치중해 있는 자신의 사업을 '콘텐츠 커머스'로 키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식기와 인테리어 제품 등을 판매하는 편집샵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단점도 잘 알고 있으며 단점만 드러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존재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노희영'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고 했던가. 그는 환갑이 넘어도 100% 현역으로 활동할 것 같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