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연금개혁이 두려우면 공무원 그만두라 >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공무원들의 ‘공무원연금개혁’ 히스테리
지난 11월 연금학회에 몸담고 계신 분과 사석에서 만나 안부를 나눈 적이 있었다. “요새 공무원연금 때문에 골치 아프시죠”라고 여쭈어보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혼났다고 하셨다. 이어 “공무원연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협박전화 협박메일을 숱하게 받았다는 얘기다.
필자가 공무원연금의 부조리함과 모순에 대해서 지적하자, 많은 분들이 댓글로 화답했다.
“당신이 말단 공무원 해봤어. 해 보지 않았으면 말하지 말아.”
“니가 공무원해보세요. 특히 일일 교사라도 한 번 해보세요. 그 월급에 버틸 수 있을지...”
“낮은 호봉 공무원들은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간신히 연명하며 노후를 위해 연금을 넣는 건데 그 월급... 당신이 버틸 수 있을까요??”
“공무원들은 잘 살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돈 뜯어먹는 공무원은 고위직에 불과하지, 나머지 공무원들은 적은 봉급으로 돈 모을길 없고 안정적인 것과 다달이 내는 만큼 받는 연금 하나 생각해서 들어온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욕심이 아니라 생계입니다.”
“공무원이 대기업 보다 더 받으면 안 되나요? 공무원 질 떨어지면 우리나라 기업이, 국민이 제대로 일 할 수 있을까요? 나라 일을 하는 사람은 우수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우를 지금보다도 높여야 하고요.”
▲ 11월 28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2014 정부인사담당관 연찬회' 특강에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공무원연금 개혁이 절실함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여기서 읽히는 심사를 요약하자면 두 가지다.
(1) 너희들이 한번 이 자리에 있어봐라! 우리는 불편부당한 대우를 계속해서 참고 또 참아왔다
(2) 공무원이 대기업 중견기업 보다 더 받으면 안 되나? 공무원 처우를 지금보다 더 높여야한다
필자가 바라보기에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미래자산, 즉 재산이 침해받는다고 생각해서 극도의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이다. 일종의 언더도그마로서 자신들은 약자고 피해자이며, 나아가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국민의 재산권 보호 실정, 손놓고 있는 공무원들
공무원들은 현재 자신들의 미래자산, 재산권이 침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무원 말고, 국민들의 재산권 보호 수준은 어떨까.
1) 사립유치원, 민간어린이집 등 국민 개인이 설립한 사유재산에 대하여 정부가 자기 목적으로 쓰고 있는데 그에 대해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시로 가하는 지도점검을 통해 사업장을 사찰한다.
2) 정부 및 지자체가 민자사업을 통해 투자자들과 계약을 맺고 민간의 돈을 끌어다 썼는데, 약정된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며 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계약변경에 나선다.
3)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의 역사문화 사적지 매입을 위한 전체 소요예산은 2조5000억 원이지만, 2013년까지 4700억 원 집행됐다. 사적지 매입 완료에 걸리는 시간은 ‘80년’이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문화재 보존지역 지정부터 한다. 법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예산이 없는데도 말이다. 문화재 보존지역 주민들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80년간 이를 감내해야 하나.
4) 2013년 태안여름캠프 사고 이후, 1년간 청소년수련시설을 둘러싼 현실은 점차 가혹해졌다. 정부의 누적된 규제 조치로 인하여 수련시설의 운영권이 직접적으로 침해 받아 왔으며, 이에 따라 시설 자본이 장기적으로 잠식되어 재산권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정부의 누적된 규제 조치는 모든 시설에게 적자운영을 강제하고 있다.
5) 학교재단 사유지에서 학교가 기숙사 신축을 위해 건설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인부가 전기톱을 써서 나무를 베면 나무를 감싸고, 포크레인 공사현장에 유모차를 끌고 오고, 잘 보이는 곳에다가 천막을 치고 밤새면서 술 마시며 자기 땅인 것처럼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지키고 서있다. 학교가 사람들을 쫓아내 달라고 경찰에 요청을 수없이 해도 묵묵부답이다.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난 뒤에야 사람들은 물러갔다. 학교는 시위꾼들의 퇴거를 수없이 요청했지만, 그때까지 경찰과 구청 직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6) 그린벨트 지역, 지주들 얘기다. 그린벨트 지정으로 인해 벌어진 재산권 침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피해보상 결정이 내려졌다. 정부입법을 통해서 이들에 대한 보상을 명문화해야 하는데, 공무원과 관료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
위 사례들은 재산권센터 간사로 있다 보니 접하게 되는 별의별 이야기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재산권 보호는 커녕 강탈 수준이다. 칼만 들지 않았지 강도나 다름없다. 재산권 보호,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지급을 담보하는 헌법 23조는 실종된 상태다. 국민 복리와 재산권 보호를 위해 법제도를 운용하고 개선해야 할 공무원들이 손을 놓고 있다.
▲ 11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찬반투표 최종 결과 발표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
공무원의 높은 임금과 청년실업
공무원임금 수준은 우리나라 취업자·근로자 2500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상위 10%이다. 공무원의 비교대상인 국세청 근로소득 신고자는 1577만 명인데, 이외에 통계에 안 잡히는 1000만 명 대부분은 근로소득 신고자에 비해 임금 고용 처우가 훨씬 열악한 사람이다. 이를 감안하면, 공무원 160만 명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를 기준으로 상위 10%에 속한다.
2012년을 기준으로 공무원 평균임금은 월 435만원, 연 5220만원(1인당 200만원의 복지포인트 제외, 초과근무수당 포함)인데, 이는 국세청 소득 신고자(2012년 기준, 1576만8000 명)에서 상위 17%에 속한다. 공무원들 평균임금 수준은 300인 이상 민간사업체의 보수보다 높기도 하다. 공무원 임금이 민간 대비 84.5% 밖에 안 되는 박봉이라는 말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공무원들의 평균임금은 우리나라 1인당 GDP(2560만원)의 2배에 달한다.
공무원들은 기존 근로자들에 비해 상위 10%에 속하는 상위계급이다. 게다가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 철밥통이다.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실업의 시대’다. 사실상 실업자가 300만 명에 달한다. 실질 실업률은 10%에 이른다. 청년실업률은 더 좋지 않다. 2013년 기준 20대 비경제활동인구는 205만7000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 대비 청년 실업률의 비율은 2.58배다. OECD 평균 2.3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이 전체 청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OECD 회원국 중 5위를 차지했다.
국가 의무와 공무원의 존재 의의...두려우면 그만두라
지난 2009년~2013년 58개 주요 지방공기업은 지속적인 영업손실에도 5년간 8100억 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해당기간 중의 영업손실 누적액은 1조2000억 원에 달했다. 영업이득을 모두 더해도 적자를 1조2000억 원 봤다는 얘기다. 58개 중 17개 지방공기업은 5년 내내 자본잠식-좀비기업 상태였다.
지방공기업들을 관리감독하는 지자체와 기획재정부, 감사원은 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공무원들은 국민세금 낭비에 일조하는 지방공기업들을 왜 때려잡지 않는가. 공무원은 국민세금 낭비를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자리다. 낭비에 대해서 수수방관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는 일이다.
▲ 11월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무원 연금개혁 관련 긴급 시·도 행정부시장·부지사 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공무원연금 홍보 만화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그런데 국민세금 낭비를 막고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국가 본연의 의무라 할 수 없다. 다른 잡다한 것을 제외하고 국가의 의무는 본질적으로 ‘재산, 자유, 평화의 보호’다. 이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생명과 재산에 있어서 부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모두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는 일이다. 그런데 국민의 재산권을 둘러싼 현실은 앞서 언급했듯이 참담하고 부조리하다.
공무원들은 자신들 본연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가. 세상은 역지사지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한다. 재산권 보호라는 점에서 공무원은 국민에게 무엇을 주었나. 국민의 재산권과 자유, 안전을 직접적으로 지켜주는 경찰관, 소방관, 군인들을 제외하면 공무원의 존재 의의를 찾지 못하겠다. 그런데 국민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피라미드식 공무원연금을 지금처럼 두고 보자고? 국민재산 일부를 세금으로 내어 공무원연금을 계속해서 채워주자고? 경찰관, 소방관, 군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공무원들의 공무원연금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필자에게 댓글로 “니가 공무원해보세요”라고 말씀하시던 어떤 분의 자리는 100% 국민세금으로 마련된 자리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공무원의 자리 또한 마찬가지다. 당신의 자리를 채울 젊은이들은 차고 넘친다. 공무원연금개혁이 두려우면 공무원을 그만두라. 말씀하셨던 각오를 부디 지키기 바란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