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또 단일화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줄곧 단일화의 중심에 섰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는 여전히 단일화에만 매몰돼 있다.
안 대표는 정계 입문 이후 일곱 번의 선거를 직·간접적으로 뛰었다. 이 가운데 2016년과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두 번을 빼면 모두 후보 단일화가 추진됐다. 사실상 본인이 직접적인 주자로 나선 선거에서는 모두 단일화의 중심에 선 것이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선거에서 안 대표는 그야말로 ‘깜짝 후보’로 떠올랐다. 출마 여부를 두고 국민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던 그는 결국 당시 시민후보로 나선 박원순 후보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했다. 그의 첫 번째 단일화다.
여세를 몰아 2012년 유력 대권후보로 떠오른 안 대표는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끌어안을 새정치를 실현한 리더로 떠올랐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그의 출마 회견에서 기자들의 관심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였다. 결국 ‘후보직 사퇴’를 내세우며 실질적으로는 단일화가 이뤄졌다. 두 번째다.
이후 2017년 대선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안 대표는 단일화의 중심에 섰다. 그는 선거 초반에는 반응을 보였지만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손을 잡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직접적인 단일화는 없었지만 2017년 대선에서 경쟁상대였던 바른정당과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대 당 통합을 이뤄내면서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또 한 번의 단일화를 이뤄낸 셈이다.
결과적으로 안 대표는 단일화의 중심에 섰던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 한때 안 대표의 측근이었던 한 인사는 “안 대표가 순수한 분은 맞지만, 현실 정치라는 것은 순수하고 착한 게 장점이 아니다”라면서 “필요할 때는 전략 전술을 알아야 하는데, 가장 큰 한계는 정무적 감각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안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다시 야권 단일화의 중심에 섰다. 출마 선언 이후 한동안은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왜일까? 정치권에서는 결국 거대 양당에 표를 주기 싫은 유권자들이 안 대표에게 지지를 보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여도 싫고 야도 싫은 소위 중도층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이 결국 안 대표를 지지하는 가장 핵심”이라면서 “더구나 국민의힘이 아직 대안정당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민주당의 이탈 지지층이 안 대표에게 지지를 보내는 현상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의원은 “사실상 안 대표에게 지지를 보낸다기보다는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그가 가진 ‘중도’ 이미지에 표를 주는 것”이라면서 “바꿔 말하면 ‘중도’라는 이미지가 옅어지는 순간 안 대표의 지지율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화 과정을 두고도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안 대표의 단일화는 오로지 승리를 위한 수단일 뿐,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를 사로잡기 위한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상돈 전 의원은 지난 3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가치를 추구하기보다 특정 정당과 후보를 반대하기 위해 연대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본질에 어긋난다”면서 “(이번 선거도) 단일화로 두달을 끌고 왔는데 국민이 벌써 피곤해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주자인 우상호 예비후보는 지난 8일 안 대표를 향해 "온갖 정당이라는 정당은 다 떠돌아다닌 철새의 우두머리다. 정치의 도의는 어디 가고 정치 공학만 난무하면서 지지율이 오른다"며 "이런 정도의 도덕성을 지닌 분을 정치권에서 이렇게 오래 살려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강하게 힐난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