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재영, 이다영(이상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가 과거 학교폭력(학폭)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자필 사과문으로 공개 사과했고,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고 했다.
어린 시절 벌어진 일이라고는 하지만 잘못을 했으니 사과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제 또 하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이재영, 이다영에 대한 합당한 징계다.
10일 새벽 한 포털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다. 피해자 4명이 공동 작성했다는 이 글에서는 현재 여자 프로배구 스타로 활약중인 선수(들)에게 과거 학창 시절 학폭 피해를 당한 사례 21가지를 정리해 폭로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사과를 요구했다.
가해자는 흥국생명과 국가대표에서 같이 활약하는 이재영과 이다영 쌍둥이 자매인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영과 이다영은 이날 오후 각자 자신의 SNS를 통해 자필로 쓴 사과문을 올리고 피해자들을 찾아 직접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또한 과거 잘못을 잊지 않고 반성하며 살아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둘의 사과만으로 이번 학폭 논란은 끝나는 것일까. 아니다. 흥국생명 구단과 KOVO(한국배구연맹) 차원의 징계가 따라야 한다. 프로 선수가 되기 이전, 과거 학창 시절 일이었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로 구단 차원의 사과문을 공식 발표한 흥국생명 측은 "징계 등 후속 조치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KOVO는 매체를 통해 "일단 흥국생명에서 어떤 징계가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 불거진 논란이 프로 입단 전에 벌어진 일이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이전 징계 사례도 없다. 이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떤 징계를 적용해야 할지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학폭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피해자들이 10년간 겪어온 고통의 세월을 가볍게 볼 수도 없다.
종목이 다르긴 하지만 프로야구에서 학폭 문제가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NC 다이노스가 2021 신인 1차지명을 했던 김유성이 학폭 의혹을 받자 NC는 유망주 투수의 1차지명을 철회했다. 김유성은 프로에 입단해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를 학폭 문제에 발목이 잡혀 날렸다. 이보다 앞서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의 2008년 1차지명 신인이었던 안우진도 고교시절 학폭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입단하자마자 한 시즌의 3분1이 넘는 5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한국 배구계의 보물같은 존재다. 각각 공격수와 세터로 출장한 기량을 지녀 소속팀의 핵심 선수일 뿐 아니라 국가대표 주축 선수들이기도 하다. 쌍둥이 자매라는 화제성도 더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흥국생명이나 KOVO가 둘의 징계를 두고 고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례가 없다'고 어물쩍 넘어가거나 솜방망이 징계를 할 수는 없다. 둘의 사례가 이제는 '전례'가 된다.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재발 방지를 위해,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씻어주기 위해, 배구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합당한 징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