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지역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5~90%까지 반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무주택자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는 분양가를 현실화하고 ‘로또 청약’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무주택자들은 대출도 막힌 상황에서 주택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6일 HUG에 따르면 오는 22일부터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의 심사제도를 개정한다. 이번 개정을 통해 HUG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 상한선을 주변 시세의 85~90%까지 끌어올린다.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분양가가 너무 높아 입주 시점에 시세가 분양가에 못 미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미입주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마련한 HUG의 리스크 관리 방안이다. 지금까지는 분양가를 산정할 때 최근 분양한 인근 아파트 분양가의 100~105% 수준으로 가격을 통제했다. 그러나 최근 집값 급등으로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확대되면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아파트를 노리는 청약 경쟁마저 치열해졌다. 이에 HUG는 분양가와 시세 간 지나친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분양가를 시세의 85~90% 수준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HUG의 발표 이후 무주택자들은 절망하고 있다. 주택 마련을 위해 아파트 청약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분양가까지 높아지면서 내 집 마련의 사다리까지 끊겼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HUG의 정책을 철회해달라는 청원이 쏟아졌다.
한 청원인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이번 정책은 저렴한 분양가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청약을 기다리는 많은 서민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박탈하는 방안이다”며 “분양가가 시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가격으로 공급된다면 기준 주택의 매수로 늘어나고 그에 따른 시세 상승, 분양가 상승의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원인도 “집값이 한 달 만에 억대로 오르는 상황에서 서민들이 시세의 90%까지 책정된 분양가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냐”며 “이번 정책은 주택 마련을 위해 기다려온 무주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번 정책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해당되는 만큼 큰 피해나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들어가는 서울·수도권·지방 주요지역들에서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는 재건축·재개발이 많아 분양가가 낮으면 오히려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세 차익을 노리고 청약을 받는 투기세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정책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청약의 기회가 그대로 있어 청약 인기는 유지될 것”이라며 “분양가가 90%까지 오른다고 해도 자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청약에 넣을만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