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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입김에 KT 탈락?…수상한 부산 동백전 제안서 평가

2021-02-18 14:13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가입자 88만여명, 누적 발행액수 1조2000억원. 부산 지역화폐인 '동백전'의 지난 1년 간 성적표다.

그런데 부산 지역화폐 사업자가 하루아침에 KT에서 다른 업체로 바뀌게 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지역화폐 운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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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화폐 '동백전'


부산시는 2019년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경영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동백전'을 발행했다. 당시 동백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는 통신 기업 KT.

KT는 체크카드와 스마트폰 모바일 앱 QR코드 결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결제금액의 6%를 적립금으로 돌려줘 흥행에 성공했고, 부산시는 당초 기획했던 발행액 3000억원의 4배로 늘릴 수밖에 없게 됐다. 가입자 수도 덩달아 늘었다.

그러나 순항하던 KT의 동백전 사업은 1년만에 좌초됐다. 동백전 운용 대행사 재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부산참여연대가 선불카드형 지역 화폐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KT의 QR코드 방식은 고객이 금액을 입력해 결제하는 것으로 현행대로 신용카드 가맹점에서는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그러나 부산참여연대가 언급한 선불형은 카드에 지역화폐를 넣어 쓰는 방식으로 신용카드 카드 가맹점에서 활용이 가능하나 밴(VAN)사를 통해야 하는 만큼 자영업자들이 결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최동섭 부산참여연대 본부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리워드 방식으로 모객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고 부산시가 KT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또 "QR코드 방식은 불편하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부산참여연대는 부산시 당국에 KT의 동백전 운영 방식에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 왔다.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개최한 부산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동백전 운영대행사 재선정 과정에서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KT의 동백전 사업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부산시는 지역화폐 운영대행 용역 재평가를 실시했고 그 결과 KT 컨소시엄이 탈락하고 '코나아이'가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다. 코나아이는 총점 90.3429점, KT 컨소시엄은 84.8357점으로 나타났다. 

운영사 입찰 평가는 가격 점수와 기술 능력 점수를 합산한다. 10점 만점인 가격점수는 양측 모두 9.5점으로 동일했으나 기술 능력에서 5.5점차가 났다. 기술 능력은 다시 평가위원회의 정성 평가(70점)와 발주 기관의 정량 평가(20점)로 나뉜다. 이는 정성 평가 점수가 당락을 가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평가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좌지우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재평가에서도 이와 같은 의혹은 짙어지는 모양새다. 2019년에는 KT 컨소시엄이 근소한 차이로 우위에 있었고 지난해 문제 없이 동백전 사업을 해온 점을 고려하면 5.5072점 차이는 석연치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부산광역시 지역화폐 운영대행 용역 제안서 평가 결과 /자료=부산광역시 홈페이지



평가 과정에서 최고·최저 점수는 제외되며, 평가 결과표상 위원들은 익명 처리된다. 이에 일부 평가 위원들이 사실상 기권표를 던져 기존 사업자 KT에 불리한 점수를 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부산시는 지난 10일 '부산광역시 지역화폐 운영대행 용역 제안서 평가 결과' 제하의 문서에 권순각, 김종원, 남영호, 박찬형, 이경현, 이서정, 조정은, 최동섭, 하승보 등 9명의 위원의 이름을 올렸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이름은 최동섭·박찬형 2인이다. 각각 부산참여연대 본부장과 비상근위원이다. 이들은 KT의 동백전 운영 방식에 계속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만큼 평가 위원단에 들어간 것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 본부장은 "부산시가 평가 위원 선발에 관한 공문을 올려 응했을 뿐"이라며 "얼마 후 선발됐다고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부산시 지역화폐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평가에 참여할 위원을 모집해 회계팀·감사팀과 공동으로 추첨 선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초 109명이 응모해 예비 위원까지 27명을 추려냈다"며 "각각 어떤 인물들인지는 감사팀에서 검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시가 줄기차게 당사의 동백전 사업을 놓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던 인물들을 평가 위원으로 선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다음달부터 코나아이로 사업자가 바뀌는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15일 가량 걸리고 이후 금융감독원의 약관 심사에 45일 가량 소요된다"며 "88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이 사실상 이용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립적인 위원들이 평가를 하는 것이 공정한데 확증편향적 인물이 위원단에 들어가면 '답정너' 식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이 평가 결과에 불복한 KT는 부산시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 등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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