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회복세 가시화 예상 vs 주요국간 상이한 통화정책 심화…불확실성 지속 불가피
2015년 국제금융시장은 경기회복 기대와 잠재불안 요소간 혼조 국면에서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예상되고 있다. 연초 그리스 조기총선, 러시아 위기 등 일부 취약국의 불안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 추가 양적완화, 미 금리인상 등 주요 이벤트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 전문가들은 2015년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급락과 중국, 그리스 등 대외 글로벌 악재 등 하방위험요인이 잔존하고 있다고 내다봤다./뉴시스 |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경제 전망은 지난해(3.2%)와 달리 3.6% 내외로서 5년 만에 반등을 시도할 태세다. 반등의 근거는 △미국의 견조성장 △여타국들의 경기진작 기대 △유가하락 수혜 △신흥국의 경기 턴어라운드 등이다.
경제협력기구(OEC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7%로 전망했다. 도이치뱅크는 3.6%, 모건스탠리는 3.5%, 메리린치는 3.7% 등 0.4~0.5%의 격차를 두고 올해를 예상했다.
이같은 세계경제 성장률 반등 예측에도 불구하고 의문부호들이 하방에 깔려있다. 미국의 고성장 지속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유럽 중심국과 일본의 회복 본격화가 걱정이다. 또한 브릭스(BRICs) 등 신흥국들이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위험도 있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에 원자재 생산 신흥국들의 불안도 심하되고 있으며 러시아, IS사태 등 돌발적인 정치불안 가능성이 무시못할 처지다.
미 달러 강세는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달러화는 뚜렷한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 인덱스는 12.8%를 기록하며 2997년(13.1%) 이후 최대 폭을 절상하면서 본격적인 강세 기조 진입을 보였다. 위안화를 포함해 34개 주요 선진·신흥국 통화와 견줘서도 그렇다.
올해도 미국을 중심으로 타 국가간 상이한 경제·통화정책 등에 의한 달러화 강세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올해 중반 금리인상을 단행할 공산이 크다. 다수 원유 수입국은 유가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으며 장기적인 통화완화를 예약했다.
다만, 구조개혁에 적극적인 국가들의 통화 전망은 양호한 편이다. Citi 구조개혁지수에 따르면, 인도(예상 절상 폭 0.6%), 중국(0.8%), 멕시코(9.8%), 필리핀(-1.7%), 말레이시아(1.4%) 순이다.
Citi 구조개혁지수는 각국의 무역협정, 금융자유도, 노동·세금제도, 토지이용도, 재산권보장 등을 지수화한 것이다.
ECB의 양적완화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ECB의 국채매입 요구가 높이지는 가운데 여전히 시행시기와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큰 실정이다. ECB는 디플레 우려가 증가하면서 대응조치가 변변치 않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1월 0.3%에서 12월 0.0%로 예상돼 IB평균을 밑돌 예상이다.
ECB가 다양한 완화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자산규모(B/S)는 작년 9월 2조400억 유로에서 연말 2조1500억 유로로 기대치를 하회했다. 앞으로 ECB의 양적완화 시기가 관건이다. 전문기관들은 이달 22일이나 3월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발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유럽사법재판소의 무제한 국채매입(OMT) 적법심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OMT는 지난 2012년 스페인, 이탈리아 위기 고조로 드라기 총재가 발표했지만 독일 헌법재판소가 유럽연합(EU) 조약에 위배된다며 제소했다. 만일 적법 판결이 내릴 경우 ECB 양적완화에 힘을 실어 줄 가능성이 높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시행시기와 재정정책 조합도 변수"라며 "위기직후 즉각적 양적완화 시행으로 효과적인 대응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과 달리 일본처럼 대응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 성장+경제개혁를 동시 추구하겠다는 중국은 표면에 들어난 것과 달리 통화정책 완화로 돌아설 수도 있다. 성장률 둔화 시 통화완화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중국은 '안정 속 발전 모색을 3년째 거시경제정책 기조로 못박았다. 최대 과제인 안정적 경제성장을 위해 재정정책은 지출확대로, 토화정책은 중립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성장률 둔화가 걸림돌이다. 다수 경제연구기관들은 중국 정부 성장률 목표치를 7.0%로 잡았으며 실제 성장률은 6.8~7.2로 전망했다. 원자재 하락, 선진국 수요회복 등 올해 중국 경제회복을 견인하는 요인이 희소식이지만 신흥국 불안, 글로벌 금리상승, 부동산 침체 등으로 7% 달성이 순탄치 못할 가시밭길이 깔려있다.
신흥국의 부진 탈피도 관전포인트다.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정학적 리스, 유가하락, 미국 금리인상 등이 부담이다.
러시아는 신용등급(Baa2/BBB-/BBB)은 강등됐으며 외환보유액 추가 감소와 전면적 자본통제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러시아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은행권 지원 등으로 외환보유액 4000억 이하로 하락했다. 2013년 말 5116억 달러에서 2014년 12월19일 3989억 달러로 떨어졌다.
현재 일부 시행 중에 있는 비공식적 자본통제가 전면적인 자본통제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러시아 정부는 국영 수출기업들에게 오는 3월1일까지 순외화자산규모를 지난해 10월1일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달러 공급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통화스왑 확대 등 중국의 추가 지원 여부도 관건이다.
외환시장이 취약한 Fragile 5(인도 남아공,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기존 취약국 외에도 유가하락과 금리인상에 취약한 국가 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말레이, 멕시코, 러시아, 등은 유가하락과 금리인상에 모두 취약한 실정이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발틱3국 등도 러시아 수출감소에 취약하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수출의 경우 러시아에 대한 교역이나 금융거래가 활발한 곳은 유로존"이라며 "유로존에서의 대러시아 교역이 감소되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체 둔화 우려가 있는 유로존에 회복력, 구매력, 수출교역량 들이 세계적으로 줄수 밖에 없으며 자금 역시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유럽계의 자금들이 채무동결되고 러시아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면 신용경색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며 "급격한 자금유출, 단기적으로 환율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주요국간의 상이한 통화정책 흐름이 더욱 심화될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 연구원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을 견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마저도 금리인상 결정을 위한 경기회복 판단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돼 불확실성이 감소할 때까지 보수적 위험관리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