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
조남호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수비크에 초대형 유조선을 건조할 조선소를 세워 도약의 계기로 삼자는 구상을 했다. 부산 영도 조선소는 도저히 경쟁력이 없었다. 도크 규모가 워낙 작아 대형선박을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소형 선박외에는 수주가능성이 전무했다. 울산 현대중공업과 옥포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경쟁사들은 300만㎡규모의 대형도크에서 고부가가치 유조선과 LNG선을 수주하고 있었다. 영도조선소는 소형 선박이나 군함 등만 조립해야 했다. 조선소가 서서히 고사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치솟기만 하는 인건비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조남호회장은 수비크만에 깃발을 꽂았다. 재도약의 기지로 활용키로 했다. 수비크조선소는 2009년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후 한진중공업의 진정한 ‘희망조선소’가 됐다. 부지규모는 304만㎡(92만평규모)로 영도조선소(26만㎡, 8만평)보다 11배나 더 컸다. 이곳에선 1조원이상 매출을 올리면서 한진중공업 도약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해 1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12억달러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수비크에서 배를 지은 후 처음으로 3000만달러가량의 흑자를 기록했다.
수비크도크에선 지금 대형선박 건조가 한창이다. 30만톤규모의 초대형 유조선(VLCC)일감을 따낸 것. 1만TEU이상 대형선박도 5척이나 수주했다. 수주잔량은 현재 39척이나 된다.3년치 일감이다. 이중 20척의 선박이 조립중이다.
향후 일감전망도 밝다. 도크 2개중 한 개는 세계최대규모다. 영도도크가 워낙 협소해서 일감을 제대로 따지 못한 한을 풀었다. 인건비도 워낙 저렴하다. 선사가 발주하는 입찰경쟁에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 이곳 근로자들의 인건비는 놀랄 정도로 낮다. 인건비는 연평균 360만원. 월 30만원(300불)에 불과하다. 영도조선소 근로자들의 평균 인건비 6000만원에 비해 20분의 1에 불과하다.
수비크조선소의 근로자들은 2만5000명. 일감이 늘어나면서 올해 2000명가량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수비크도크는 미군해군 철수이후 퇴락해가던 수비크를 살려내고 있다. 임직원과 가족 등을 감안하면 10만명이상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필리핀정부는 한진중공업이 자국경제에 큰 기여를 한다면서 애로사항 해소에 발벗고 있다.
한진중공업 수비크조선소는 낮은 인건비와 초대형 도크가 강점으로 작용하면서 1만TEU이상 대형선박과 초대형 선박 등을 30여척 수주했다. 그동안 일감이 없어 어려움을 겪던 영도조선소도 중형선박과 특수선 수주가 증가하면서 정상화되고 있다. 수비크조선소와 영도조선소가 차별화된 일감을 갖고 한진중공업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한진중 제공 |
수비크도크 근로자들의 숙련도나 생산성은 아직 국내 근로자에 비해 떨어진다. 그래도 임금이 워낙 싸기 때문에 수주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생산성도 점차 올라가고 있다. 기술자들을 파견해서 근로자들의 숙련도를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수비크도크는 저가수주를 무기로 한국조선소를 위협하는 중국조선소와도 맞짱뜰 수 있다. 중국의 가격경쟁력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은 수비크조선소 문제로 심각한 홍역을 앓았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 노조와 야당, 좌파시민단체, 좌파매체들이 득달같이 물고 늘어졌다. 좌파세력들은 영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전국에서 좌파들의 희망버스 수백대가 동원돼 영도를 폭력도시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노조와 좌파들은 한진중공업이 이익을 내는데도, 영도조선소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했다면서 저주의 굿판을 벌였다. 한진중공업은 영도 조선소가 워낙 협소해서 대형선박 수주가 불가능했다. 인건비도 높아 3년간 일감을 수주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일부 근로자들을 정리해고를 해야 했다.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에서 이루어진 읍참마속 구조조정이었다.
일감이 없던 영도는 중소형선박과 군함 등 특수선박 조립기지로 특화한다는 방침이었다. 일감을 따내기위해선 수비크조선소에서 대형선박을 건조할 수밖에 없었다.
희망버스세력들은 모질게 회사를 협박했다. 민주노총소속 김진숙은 300일이상 고공크레인농성을 벌였다. 급기야 야당이 이 문제를 정치쟁점으로 몰아갔다. 조남호회장과 사장 등 경영진들은 국회 청문회에 불려가 모진 고초를 겪었다. 의원들은 포퓰리즘에 눈이 멀어 조회장등을 다그쳤다. 정리해고를 무조건 철회하고, 즉각 고용하라고 난리를 쳤다.
정치인들에게 호된 시련을 당한 조회장은 어쩔 수 없이 해고자 복직을 약속해야 했다. 일감이 없고, 회사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에서 해고근로자들을 불러들여야 했다. 정치인과 좌파시민단체, 좌파언론들은 기업의 생존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회사는 어떻게 되든지 무조건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전원 복직시키라고 윽박질렀다.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개입해서 회사를 어렵게 만든 참담한 사례였다.
수비크도크는 영도조선소도 살아나게 만들고 있다. 수비크도크가 대형선박 건조에 주력하고, 영도도크는 부가가치가 높은 중형선박과 특수선 조립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영도와 수비크가 윈-윈하면서 한진중공업의 부활을 견인하고 있다. 만약 영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희망버스의 선동에 넘어가 수비크조선소를 포기했다면 한진중공업의 부활은 불가능했다.
극렬했던 노조도 정신을 차리고 회사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수주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정치권과 민노총에 이용만 당한 것에 대해 반성도 했다. 노조의 반성과 경영정상화 동참은 한국 노동사에서 귀중한 경험이다. 밥그릇을 차는 노동운동은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비크조선소는 부품과 기재재를 부산경남 조선협력업체단지에서 가져온다. 조립기자재의 70%를 한국에서 조달하는 셈이다. 수비크조선소 성공은 부산경남조선클러스터와 동반성장을 이끌고 있다. 지금도 감천항에선 한진중공업 소속 선박이 부품과 기자재를 수비크조선소로 실어나르고 있다.
수비크조선소 성공사례는 과도한 인건비에 시달리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등에서 중요한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노조의 과도한 내몫찾기가 지속되면 울산조선소와 옥포조선도 조만간 퇴색할 수밖에 없다. 한진중공업의 수비크도크 중 한개는 세계최대규모를 자랑한다. |
수비크도크 성공사례는 현대중공업과 오버랩된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진통 끝에 임단협에 잠정합의했다. 타결전엔 부분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잠정 타결 과정을 복기하면 현대중공업의 미래가 있는지 걱정스럽다. 노조는 회사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무조건 현대차수준으로 맞춰달라고 생떼를 부렸다. 노조의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드러난 사례였다. 노조는 7일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부결시켰다. 노조의 이기주의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 이상 적자를 냈다. 회사는 건곤일척의 위기에 처했다. 노조는 내몫만 요구했다. 현대차는 연간 8조~10조원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분기 1조, 3분기 2조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연간 3조원이상의 천문학적 영업손실을 낸 것. 올해도 적지않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근로자 인건비는 평균 7000만원이상 된다. 대한민국 근로자들 사이에선 귀족사원들이다. 조선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심각한 불황과 저가수주에서 허덕이고 있다. 수주선가가 워낙 낮은 것이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를 압박하고 있다. 2006년 선가를 100으로 하면 지금은 50수준에 그치고 있다. 금융위기 전에 비해 절반가격에 수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경영수지를 압박하고 있다.
현대중 노조가 진정으로 회사를 생각한다면 제몫찾기를 자제했어야 했다. 임단협 타결내용도 회사측이 그래도 노조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이를 부결시키는 오만함을 보였다. 권오갑 사장도 신년사에서 “근로자들의 인건비가 높아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정말 용궁에 갖다와야 정신차릴 것 같다.
현대중공업 근로자 평균임금 7000만원, 한진중공업 수비크조선소 근로자 평균 임금 360만원. 중국조선소 근로자 임금은 1200만원선이다.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은 수비크조선소 근로자 임금의 20배이상 받고 있다. 중국조선소의 추격도 무섭게 이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한국 조선소가 처한 위기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회사측과 머리를 맞대고 후발국 조선사를 따돌리면서 세계최고의 조선국위상을 어떻게 지속할 지 고민해야 한다. 노조이기주의를 접고 노사상생의 비상대책을 숙의해야 한다.
한진중공업 수비크 조선소 성공은 현대중공업 근로자에게 중요한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울산조선소가 지금처럼 노조이기주의에 볼모로 잡히면 울산조선소는 언젠가는 일감이 없는 쓸쓸한 조선단지로 추락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점차 해외근로자들에게 넘어갈 것이다. 비단 현대중공업만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예외가 아니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