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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FBI' 국수본 출범, 정치적 외압 막으려면...

2021-02-26 12:28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한국의 연방수사국(미국 FBI)이라 불리는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1월 1일 출범한 후 수장인 남구준 초대 국가수사본부장(54·경찰대 5기)이 26일 취임하지만 정치적 외압을 막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부실수사나 제식구 감싸기 같은 내부 문제는 물론이고,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에 대한 경찰의 '봐주기 의혹' 등 국수본이 해결해야 할 숙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수본은 출범 후 1호 과제로 '사기 등 민생범죄 근절'을 제시했지만 갈 길이 멀다.

신고를 3차례 접수하고도 경찰이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지게 된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이 대표적 예다. 이는 경찰이 국민 신뢰를 잃어버리는 계기가 됐다.

26일 취임하는 남구준 초대 국가수사본부장(54·경찰대 5기). /사진=경남지방경찰청 제공

최근 들어서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봐주기 의혹'이 현재 진행 중이다.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아 경찰은 무혐의로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 대해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가중 처벌해야 하는 특가법을 적용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크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처리가 국수본이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울지, 독립성 및 공정성 향배를 좌우할 시금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남 본부장을 둘러싼 외압의 고리는 한두곳이 아니다.

우선 남 본부장은 지난 2018년 8월부터 1년간 문재인 정권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 파견 근무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마산 중앙고) 후배이기도 하다. 

경찰대 한 기수 선배인 김창룡 경찰청장과의 관계 설정도 문제다. 경찰권 남용 방지를 위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지난 1월 1일부로 시행되면서 경찰청장의 구체적인 사건 지휘는 폐지됐다. 앞으로 경찰의 사건 지휘 총 책임자는 남 본부장이 됐다.

구조적으로 인사 때문에 남 본부장이 정치적 외압을 견딜 수 없으리라는 우려도 깊다.

경찰대 출신의 한 법조인은 26일 본보 취재에 "청와대에서 경찰청으로 경찰청에서 각 지방경찰청으로 하이어라키가 형성되어 있다. 구조적으로 인사권 자체가 국수본이 정권에 종속된 구조"라며 "경찰권의 핵심은 정보수집과 수사권인데 이 둘 모두를 쥔 경찰청이 국수본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보경찰과 국수본의 인사권자는 경찰청장"이라며 "여기에 경찰청장 인사권을 쥔 대통령 외에 경찰 조직을 통제,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수사종결권까지 지니게 되어 이젠 고의적으로 사건을 덮으려 할 경우 외부에서 알 도리가 없다"며 "경찰청 정보국을 중심으로 전국의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어떠한 수사라도 할 수 있고 어떠한 수사라도 덮을 수 있는 막강한 수사권을 휘두르게 됐는데 대내외적인 안전장치, 견제장치가 사실상 없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구준 초대 국가수사본부장(54·경찰대 5기)이 2월 8일 열린 경남지방경찰청 아동학대특별수사팀 사무실 개소식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경남지방경찰청 제공

이에 대해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앞서 "문재인 정권은 중국식 공안통치를 목표로 검찰과 국정원을 무력화한 후 경찰에 권력을 몰아주고 대신 경찰의 무한충성을 바탕으로 권력구조 틀에 대못을 박았다"고 평했다.

또한 정보경찰 문제와 관련해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은 지난해 7월 29일 국회 토론회에서 "정보경찰 개혁이 안 되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정보경찰의 달콤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가져왔지만 단수추천됐고 이 마저도 (고교 선배인)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남 본부장.

전문성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수사 독립성 확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남 본부장이 현 정권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냐는 우려가 향후 행보로 불식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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