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로운 한 해의 시작과 함께 자유경제원은 ‘도약’을 이야기하는 신년토론회를 개최했다. 6일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자유경제원은 <2015, 대한민국 어떻게 도약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자유주의·정체성·경제 세 영역의 바로세우기를 꾀했다. 전문가들의 여러 논의와 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2015년 퇴보도 안주도 아닌 도약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등의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아래 글은 이유미 컨슈머워치 사무국장이 발표한 토론문이다. |
1. 들어가며
컨슈머워치는 소비자 입장에서 법률과 정책을 감시한다는 목표로 2014년 1월 창립했다. 필자는 사무국장으로 컨슈머워치 사업을 꾸려가면서 우선 대형마트 영업규제 폐지에 힘을 모았다. 은평구를 대상으로 조례개정 청구도 진행하고 소비자 불편 사례집을 만들어 국회의원, 기초광역 의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의 활동에 대해 “한 달에 두 번 대형마트 못가는 게 뭐가 그렇게 불편한가”라며 중소상인들 위한 좋은 정책을 훼방 놓는 ‘이기적인 소비자 모임’으로 폄하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대형마트 한두 번 못가는 것은 ‘상생’과 ‘대형유통에 비해 벌이가 적은 중소상인’들을 위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일 일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우리사회는 ‘경제민주화’ ‘동반성장’이란 이름아래 ‘중소상인’ ‘약자’ 보호가 도그마가 된 상태이다. 어느 누구도 그 테제에는 비판을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다.
안재욱 교수님의 발표문에도 잘 나와 있듯이, ‘소비자 주권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강제하고 간섭하는’ 간섭주의는 결국 ‘무엇을 누가 얼마나 생산할지’를 소비자가 아닌 정부가 결정하는 계획경제체제가 되고 만다.
2012년부터 시행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충분히 직감할 수 있다. 지금 국회에는 월4회 휴무 법안이 발의돼 있다. 품목제한 법안도 올라와 있다. 지금은 한 달에 두 번이지만 앞으로는 국회가 정해준 곳에서 장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끔직한 미래다. 결코 그런 미래가 되지 않도록 정부의 간섭을 줄여가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 자유경제원이 6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15년 대한민국 도약 어떻게 하나> 신년토론회의 전경 |
2. 2014년 소비자를 괴롭힌 법(안)들 - 컨슈머워치 활동을 중심으로 소개
▶ 대형마트 영업규제 강화
2013년 유통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였던 영업제한 시간이 오전 10시로 연장됐으며, 월 1-2회 휴무로 돼 있던 의무휴업 규정도 월 2회로 강화됐다.
2014년 각 자치구들은 조례 개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영업규제 강화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매일 아침 8시에 출근길에 SSM에 들러 아침에 먹을 빵과 우유를 사던 직장인은 편의점을 이용하게 됐고 아침식사 비용이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하소연 한다.
▶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단통법은 기업의 가격 할인을 막는 대표적인 ‘가격통제’ 정책이다. 이 법을 추진한 미래창조과학부는 누구는 비싸게 사고 누구는 싸게 사는 불공정한 시장을 바로 잡고 기업의 강제에 의해 스마트폰을 자주 교체하는 과소비를 막기 위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른바 ‘호갱’은 왜 생겨났을까?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과 비슷하게 3개의 통신사가 경쟁을 펼치는 미국에서 아이폰의 가격은 통신사마다 2년 약정의 경우 $199.0로 동일하다. 일본은 거의 무료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애당초 보조금 규제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불법적으로 보조금을 살포할 이유가 없어 시장에서 적정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7만 원 이상은 불법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보조금이 기습적으로 ‘살포’되고 정보에 밝은 사람은 싸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호갱’이 된 것이다. 요금경쟁은 고객 확보의 주요한 수단으로 기업의 사업 전략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행위를 불법화시켜 발생한 문제를 더 큰 규제로 막겠다는 것이 단통법이다. 그 결과 한국의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됐다.
▶ 도서정가제
11월 21일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는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 시행됐다. 新도서정가제 시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한국서점조합인연회는 ‘동네서점은 지역문화를 지키는 실핏줄’이라며 도서정가제로 무분별한 할인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서정가제로 ‘동네서점’ 주인들의 형편은 좀 나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어린이들은 크게 피해를 보게 됐다. 한국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의 독서량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도서정가제로 그동안 홈쇼핑 등에서 40-70%까지 할인하던 아동전집을 이제 구경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그동안 제외됐던 초등 참고서까지 포함되어, 참고서 구입비용도 이제 만만치 않게 많아졌다.
이 밖에도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안하는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우버를 불법화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은 우버 이용 승객까지 처벌하는 법을 지난 7월 발의했다. 소비자를 위한 행위를 범죄화하는 매우 무서운 발상이다. 지방 작은 병원들을 살리겠다며 수도권 상급병원 증설을 규제하는 법도 보건복지부에서 준비 중이며, 광명시는 지난달 30일 이케아 광명점의 월 2회 휴무를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 자유경제원이 6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15년 대한민국 도약 어떻게 하나> 신년토론회에서 이유미 컨슈머워치 사무국장이 토론하고 있다. |
3. 입법권자의 정치적 결정을 저지할 힘이 소비자에게는 없어
컨슈머워치에서는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단통법 폐지를 위해 입법청원 운동에 나섰지만 입법 청원에 꼭 필요한 국회의원 서명을 얻지 못해 중단해야만 했다.
12월 초에 한 국회의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형마트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대책 논의’라는 말은 금지 당했다. “의원님 입장이 있으니 가급적 그런 표현을 쓰지 맙시다”가 국회의원 비서관의 말이었다. 정치인들에게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인한 소비자의 불편, 납품업체의 피해 등을 고려해 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금기인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여러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물류과,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 관계자들을 섭외하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우리도 소비자들의 불편이 있다는 거 압니다. 그런데 어떡합니까. 입법권자가 정치적 판단으로 그렇게 결정해서 법으로까지 만든 것을, 행정부가 나서서 반대할 수 없지 않습니까.” 공무원들의 대답은 이런 식이었다.
한국에 소비자의 권리를 대변해주는 집단은 어디에도 없는 듯하다. 물론, 소비자보호원, 소비자시민모임 등 소비자 단체들이 많지만 이들은 대부분은 대기업을 상대로 안전, 위생, 품질 등의 문제만을 따진다. 민주국가에서 모든 국가 활동은 국민의 편익향상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경제관계에서 국민은 바로 소비자다. 따라서 모든 기업, 국가기관의 활동은 소비자인 국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전개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가 아닌 소비자가 ‘누가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지’ 결정해야 경제 발전이 가능하다.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소비자 중심의 경제정책을 세우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때이다.
▲ 광명시 이케아 인근 도로는, 이케아 광명점을 찾은 고객들의 차량으로 복잡하다. 광명시는 12월 30일 이케아의 월 2회 휴무를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광명시는 1월 7일까지 이케아와 인근 롯데아울렛에 교통대책을 세워 제출하고, 이것이 대책으로 적절하지 않으면 이케아 광명점과 롯데아울렛의 임시사용 허가승인을 취소하겠다는 협박을 일삼고 있다. |
4.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입법 방안을 모색하자
한국유통학회가 2013년 12월에 창립했는데, 창립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한 최영홍 학회장이 이런 주장을 했다. “입법 절차에 예산수반사항을 필요적 검토사항으로 하고 있었다. 이처럼 법률의 제개정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되는지를 살피고 그래도 입법을 추진하려면 먼저 해당 소비자인 국민에게 사과하는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누가 국민을 위하는지 해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타당한 주장이고 소비자단체에서 힘을 모아 추진해볼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지금 ‘중소상인’ ‘약자’ 보호가 ‘권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약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권리가 아니며, 당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하루빨리 경쟁력을 갖춰, 정부의 보호가 아닌 실력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 중에 시장경제학자도 있고 한미FTA를 최일선에 이끈 외교관 출신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대형마트 영업규제 강화에도, 단통법에도, 도서정가제에도 모두 찬성했다. 참 답답하다. 하지만 입법권력을 국회가 쥐고 있는 이상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설득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2015년 이들을 집요하게 설득해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입법 방안을 모색하자. /이유미 컨슈머워치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