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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님, 올해 증권가는 안녕할까요?"

2015-01-07 09:55 | 김지호 기자 | better502@mediapen.com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된다고 해도 낙하산 인사가 사라질까요? 아마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전문성을 최우선시하는 정부의 의지죠.”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거래소를 비롯한 증권가의 낙하산 인사가 어떻게 하면 사라지겠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물론 하루 이틀 불거진 문제가 아니고 증권가만의 현상도 아니다. 그래도 여의도의 낙하산 인사들을 보고 있으면 착잡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증권가 대표적 낙하산 인사는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이다.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불리는 거래소의 수장조차 낙하산 인사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선임된 최 이사장은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거래소 노조가 천막 투쟁을 벌이고 부산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등 선임 당시부터 최 이사장은 증권가 낙하산 인사의 대명사가 됐다. 현대증권 사장 시절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박근혜 정권의 ‘은혜’로 온갖 잡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수장의 자리를 꿰찬 것이다.

거래소는 아직 분명한 공공기관이다. 때문에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수장으로 내려 보내는 것을 그리 큰문제가 아닌 걸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공공기관과는 달리, 거래소는 증권사가 돈을 모아 만든 순수 민간기업이다. 운영비도 세금이 아닌 거래소의 수익으로 조달한다.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수장으로 들어설 명분이 전혀 없는 것이다.

최 이사장이 들어선 이후 거래소의 실적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전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는가하면 2013년도 영업이익은 630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아직 2014년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낙하산 인사가 수장으로 있다 보니 다른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최 이사장은 지난해 ‘연내 100개 기업 상장’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2013년 상장기업수 41개의 두 배가 넘는 목표치다. 거래소는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6개, 코스닥시장에서 66개 등 72개사를 상장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상장사의 36%인 26개가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일 정도로 실제 성적은 겉보기와는 다르다.

스팩은 다른 비상장사를 합병해 우회상장시킬 목적으로 설립되는 일종의 서류상 회사다. 상장 철차가 간소하지만 설립 후 3년 이내에 합병할 회사를 찾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거래소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최 이사장이 상장 실적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증권사에 스팩 상장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거래소 측은 지난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경남도당 부위원장을 지낸 권영상 변호사를 상임감사로 선임해 또 다시 낙하산 논란을 자초했다.

   
▲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뉴시스

거래소의 자회사인 코스콤도 낙하산 논란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취임한 코스콤 정연대 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대덕연구발전시민협의회에 참여,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에서 23년간 연구원으로 일한 정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총동문회 대전지역 수석부회장과 서금회(서강대를 졸업한 금융인 모임) 출신이기도 하다. 이에 코스콤 노조는 정 사장에 대해 관료 출신은 아니지만 보은 인사로 ‘변종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씌웠다.

지난해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KDB대우증권의 사장 선임도 대표적인 정부의 인사 개입 사례다. 신임 사장 선임이 두 차례나 연기되는가 하면 노조가 정부와 KDB산은지주의 인사개입을 비판하면서 장외투쟁에 들어가자 못이기는 척 서금회 출신의 홍성국 사장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기자도 서강대를 졸업했다. 서강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서강대를 졸업했다고 인사에서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된다.

IBK투자증권도 지난해 12월 김영희 전 신한은행 지점장을 감사로 선임했다. 금융투자업계 최초 여성감사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김 감사는 증권 경력이 전무하다. 때문에 출신지인 대구에서 박근혜 정권창출에 기여한 것에 대한 보은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IBK투자증권은 IBK기업은행의 자회사로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기획재정부다.

회원사의 투표로 선임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투협 회장도 정권의 입김에는 자유롭지 않다. 박종수 현 회장은 지난해 10월 돌연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정기감사를 하루 앞둔 시점에 급작스럽게 이뤄진 일이라혀 금융당국이 압력을 넣은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금투협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감사원의 감사는 받지 않지만 유관기관으로 금감원의 감사는 받아야 한다. 이처럼 정부의 간섭이 심해지자 금투협 노조는 “차기 회장은 금융위원회와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증권가가 어렵다고 한다. 지난해에만 약 4000명이 증권가를 떠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연초부터 코스피지수는 1900선 아래로 내려갔다. 그 어느 때보다 실력에 기반을 둔 인사가 절실한 시기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증권가에서는 새해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증시의 가격제한폭을 2배로 늘리는 것보다 더 확실한 증시활성화 대책이 아닐까?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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