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줄이는 노력을 외교관들에게 위임하겠다고 밝혀 향후 북핵 협상이 실무 차원의 보텀업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줄이는 노력을 외교관들에게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한국, 일본과 나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은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가 있는 24페이지 분량의 문건으로 그의 안보전략 비전을 각 정부 부처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지역안정에 도전적인 위협으로 판단하고, 외교적으로 한국·일본과 협력해서 북핵 위협을 감소시키는 노력을 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한 당장의 북미정상회담은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과 진행할 비핵화 협상은 실무협의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대응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를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서
구체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문건에서 북한을 중국·러시아·이란과 함께 새로운 위협으로 지목하면서 “북한·이란과 같은 역내 행위자들은 판도를 뒤집는 능력과 기술을 계속 추구하며, 미국의 동맹을 위협하고 역내 안정에 도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비확산을 위한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우리 외교관들이 한국·일본과 어깨를 맞대고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야기하는 위협을 감소시키도록 노력할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함께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일본·호주를 “미국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실무 협의로 다루겠다고 한 만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주축으로 한 대북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이 이란과 더불어 게임 자체를 변경시킬 만한 역량과 기술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고 언급해 북핵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제외된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은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룰 수 있고, 외교적 실무 협의로 진행할 것이며, 단계적 접근 방식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먼저 "북핵 문제를 이란 문제와 유사한 수준의 긴급하고 중대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 "외교관들의 협상 역량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은 실무협상이 선행되는 보텀업 방식을 선호하는 의미가 있다"며 "동시에 북핵 문제의 기술적 복합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여 정책위원은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에서 제기되는 위협을 한번에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런 견해를 표출함으로써 북핵 해결과 관련해 단계적 접근법에 대해 긍정적이란 점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마지막으로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점증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한 점도 주목 대상"이라며 "북핵 위협을 완료형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가능한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 위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 문건에 대해 "미중 관계 전략을 비롯한 전반적인 외교안보 지침이란 점에서 중요한 문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바이든 정권 출범 초기에 혹시라도 외교안보 기관별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임시로 서둘러서 정리한 지침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첫 해외 순방인 한국과 일본 방문이 주목된다.
두 장관이 방한하면 미국의 대북전략을 조기에 마련하기 위한 한미 공조에도 청신호가 될 수 있다. 올해 들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해 외교 역량을 집중해온 정부로서 이른 시기에 한미 간 고위급 교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만큼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다만 외교부는 두 장관의 방한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두 장관은 16일 일본에서 외교·국방 장관간 '투 플러스 투(2+2)'회의를 개최하는 문제를 놓고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도 2+2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예상된다. 만약 2+2회의가 열린다면 2016년 이후 5년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