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진의 기자]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수년간 천정부지로 치솟는 데다가 전세품귀 현상마저 계속되면서 내집마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전셋값이 과거 매매가격에 근접해 가면서 세입자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6일 KB부동산리브온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2018년 이후 현재(올해 2월 기준)까지 3년간 무려 27.7%(3.3㎡당 739만원→931만원) 상승했다. 현재 전세수급지수도 170.4에 육박한다. 가격대가 높게 형성된 전세금을 지불할 의향이 있더라도 전셋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살펴보면 현재 전셋값이 3년 전 매매가격을 넘어선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한 ‘은평뉴타운 박석고개 힐스테이트 1단지’ 전용 59㎡A형은 지난달 전세금 6억2000만원(10층)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동일 주택형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5억원 중후반 대로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 실제, 동일주택형이 2018년 4월 5억5500만원(10층)에 팔렸다.
경기도 성남시 중앙동에 ‘중앙동 힐스테이트 2차’ 전용 84㎡형은 지난 1월 6억5000만원(15층)에 전세가 체결됐다. 동일 주택형은 2018년 1월 4억5500만원(15층)에 새주인을 맞이했다. 3년 전 매매가에 2억원을 더 지불해야만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대구 동구 신천동에 ‘동대구반도유보라’ 전용 59㎡형은 올해 1월 4억원(10층)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반면, 2018년 1월엔 동일 주택형이 분양권 상태로 3억4120만원(10층)에 거래가 성사됐다.
서울 은평구에 일대 한 중개업자는 “전세 매물이 대부분 고갈되면서 전세 만기 6개월 전부터 전셋집을 찾아 다니는 고객들도 있다” 면서 “전셋집 구하기가 워낙 어려워지면서 결국 매매로 전환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세 보다는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도 늘고 있다. 높아진 서울 대신 경기·인천권으로 발길을 돌려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청약홈에 따르면 한라가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 산24-41 일원에 짓는 ‘양평역 한라비발디’의 1순위에서 1039가구를 모집하는데 1만4040명이 몰려 평균경쟁률 13대 1를 기록했다. 최고경쟁률은 1단지 98㎡형으로 34가구 모집에 1112명이 접수해 32대 1를 보였다. 전용 59㎡B형을 제외하고는 당해지역(양평)에서 모두 마감됐다.
이번 청약자수는 양평에서 최대 기록이다. 양평군은 비규제지역인데다 분양권은 6개월 뒤 전매가 가능하다. 전용 84㎡의 분양가가 4억2000만원대인데다 무주택자의 경우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이 70%까지 가능하다.
분양 관계자는 "수도권 도심의 웬만한 아파트 전세값이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한데다 KTX·경의중앙선 양평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서울 중심으로 전셋값이 꾸준히 치솟으면서 동일한 가격대에 매매할 수 있는 외곽지역으로 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며 "공급대책이 가시화될 때까지 안정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