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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투기 의혹, '수사권 조정' 첫 시험대

2021-03-08 11:48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다. 검찰과 경찰에게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관건은 경찰의 자체 수사 역량이다. 한국의 연방수사국(미국 FBI)이라 불리는 국가수사본부에 지난달 26일 남구준 초대 국가수사본부장(54·경찰대 5기)이 취임한 후 맡게 된 첫번째 대형 사건이다.

변수는 3가지로 좁혀진다. 바로 실패에 따른 역풍과 여건의 한계, 검찰측의 견제다.

우선 경찰이 이번 기회에 수사 역량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구조적 변혁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예정이다.

2월 26일 취임한 남구준 초대 국가수사본부장(54·경찰대 5기). /사진=경남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은 정부 합동조사단에 참여하는 동시에 시민단체의 고발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국가수사본부의 수사부서를 비롯해 경기북부 및 남부경찰청, 인천경찰청의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투입된다.

조사 대상자들의 투기 의혹을 살펴볼 방침인데, 부실수사 논란이 재차 불거질 경우 올해부터 갖게 된 수사종결권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남구준 본부장은 취임 후 "우리의 수사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여건은 녹록치 않다. 이번 의혹에 대해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정부 합동조사단이 수사가 아닌 조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무총리실 주도로 국토부·행정안전부·경찰청·경기도·인천시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렸고, 조사대상인 공무원·공기업 임직원 및 그 가족에 대해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받아 3기 신도시 지역에 대한 토지 소유 여부 확인에 들어갔다.

문제는 합동조사단에 수사권한이 없어 차명 투자를 가려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검찰은 부패를 비롯한 6대 중요 범죄만 다룰 수 있는데, 그 기준은 뇌물액 3000만 원 이상에 4급 이상 공무원의 부패 범죄다. 현 상황은 검찰이 수사에 돌입할 여건이 아니다.

또다른 문제는 조사 대상 범위다. 국토부 직원 4000여명·LH 임직원 1만여명·지방도시공사 및 주택공사 직원·각 지자체 신도시 담당부서 공무원들을 감안하면, 조사 대상은 수만 명에 이른다.

검찰은 이번 투기 의혹 사건에 공식적으로 발을 뺀 모양새다. 경찰 수사를 굳이 견제하지는 않겠지만, 적극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번 의혹에 지방청별로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 검사를 지정하라고 지시했지만, 수사를 촉구하지 않았다. 다만 박 장관은 경찰이 영장을 신청할 시 신속하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수사가 아니라 '영장 신청 검토'에 초점을 맞추라는 주문이다.

경찰대 출신의 한 법조인은 8일 본보 취재에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검찰이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축적한 수사 노하우 등 솔직히 검찰이 더 잘 할 수 있는 수사이지만 올해부터 검찰의 역할은 영장 청구 검토에 국한된다"고 밝혔다.

그는 "노력과 성과는 별개다. 이번 공직자 투기 사건이 국수본의 존재 의의를 증명할 기회"라며 "지난해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 등에서 확인된 부실수사 의혹을 잠재우려면 경찰은 이번에 반드시 수사 성과를 내야 한다. 국수본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수사와 별개로 이번에 정부 합동조사단에서 제외된 감사원은 다음 달이 되어서야 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합동조사단 조사에 어떻게 기여할지, 이와 병행해 수사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얼마나 낼지 주목된다.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그 결말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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