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메디톡스가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둘러싼 미국 소송에선 에볼루스로부터 합의금과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분쟁을 일단락했지만 국내 사업 리스크는 여전히 높다. 주력제품이 모두 품목허가 취소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며, 신제품 출시만이 유일한 돌파구라는 업계의 의견도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최근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 미국 판매와 관련해 엘러간(현 애브비), 에볼루스와 3자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에볼루스에 미국 내 주보의 판매·유통 권리를 부여하고 합의금과 로열티를 받는 게 이번 계약의 핵심이다. 지난해 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1개월간 주보의 미국 수입과 판매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세부 합의 내용으로는 메디톡스가 에볼루스 주식 지분 16.7%인 676만2642주를 취득하고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에볼루스는 2년간 분할해 3500만 달러를 앨러간과 메디톡스가 각각 배분하기로 했다. 여기에 메디톡스는 주보의 해외 매출를 로열티 형식으로 받는다.
업계에선 메디톡스가 주보의 미국 판매를 허용해주면서 금전적인 실익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다르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3종(메디톡신, 코어톡스, 이노톡스) 모두 국내 시장 퇴출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이노톡스 허가과정에서 안전성 시험자료를 위조한 사실을 확인하고 품목허가 취소를 결정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메디톡신과 코어톡스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메디톡스는 식약처가 내린 모든 행정 명령에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시자료 기준으로 국내 소송은 모두 13건으로 확인됐으며, 현재는 이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법원에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모두 받아들여진 상태로 본안소송까진 판매를 지속할 수 있어 국내 사업 유지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본안소송이 나온 후 30일까지 집행정지가 유효해 생산·판매를 지속할 수 있다"며 "반드시 승소할 수 있도록 소명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 입지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35%, 업계 2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3분기 보톡스 매출은 1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하락한만큼 실제 점유율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본안소송이 불리하게 풀린다면 해외 사업도 타격받을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60여 개국가에 수출 중인데, 이들 상당수가 국내 허가를 기반으로 품목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메디톡스 관계자는 "패소 이후의 향방은 지금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 일각에선 모든 가능성을 대비해 '이노톡스'나 '코어톡스'처럼 사용성이나 편의성이 개선된 새로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내놓는 것이 상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분쟁의 소지가 없는 신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을 다시 선점해나가는 방법이 유일한 돌파구로 내다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이전과 같은 위상을 되찾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사업 정상화를 위해 본안소송 진행과 함께 신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상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기에 우려가 크겠지만, 식약처의 처분이 타당한 처벌인지 법적으로 다퉈나가면서 잘 해결해나갈 것이다"면서도 신제품 출시 계획과 관련해선 "현재 회사 입장으로 밝힐 수 있는 바가 없다"고 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