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올해 첫 한미연합훈련이 8일부터 18일까지 총 9일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진행된다. 지난해 후반기보다 훈련 일수가 하루 줄었고, 야외 기동훈련도 없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실시되는 한미훈련이지만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던 만큼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훈련 규모를 축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직접 한미훈련 중단 등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어 향후 북한의 반발 수준이 주목된다.
합동참모본부는 7일 “한미동맹은 코로나19 상황과 전투준비태세 유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8일부터 9일간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연합훈련(PG)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사진=연합뉴스
합참은 이어 “이번 훈련은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방어적 성격의 지휘소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으로 실제 병력이 야외에서 훈련하는 실병(實兵) 기동훈련은 이번에도 실시하지 않는다.
앞서 한미는 2018년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 2019년부터 매년 3~4월에 진행하던 키 리졸브(KR·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과 독수리훈련(FE·야외 기동훈련)을 폐지했다.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연합지휘소훈련(CPX)으로 바꿨다.
또 매년 8월 실시되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2018년 취소됐다. 이후 2019년 3월 기존 키 리졸브 훈련과 독수리훈련이 ‘동맹연습’이란 명칭으로 변경돼 실시됐고, 8월엔 연합지휘소훈련이 진행됐다.
2000년 들어 3월 지휘소훈련을 준비하던 중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무기한 연기됐고, 8월엔 지휘소훈련이 실시됐다.
올해인 2021년 3월에도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이 진행되는 것으로 이는 한미 장병들이 특정 지휘소에 모여 컴퓨터 화면을 통해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모의훈련을 지켜보면서 전쟁 수행 절차와 능력을 숙달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한미연합훈련엔 ‘맥스 선더’ ‘비질런트 에시스’ ‘한미연합해병대훈련’ ‘한미 미사일방어통합훈련’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대규모 훈련은 취소되거나 축소됐고, 소규모 훈련만 진행해왔다.
통상 정례적인 한미훈련은 첫주에 ‘방어’와 둘째주에 ‘반격’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8월에도 18~22일 5일간 방어 훈련을 했고, 24~28일 반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에 1·2부로 구성된 훈련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날짜가 줄어든 만큼 훈련 내용도 일부 변경될 수 있다.
반면 방어 이후 반격으로 완성되는 훈련 프로그램 중 절반만 할 수도 없다는 관측도 있다. 이럴 경우 반격 훈련에 특히 민감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다.
한미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향방에 대한 평가와 연계될 전망이다. 아직 바이든 정부의 북핵 대응이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대미 전략이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날 이번 한미훈련이 방식과 규모 면에서 유연하고 최소화된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북한도 지혜롭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통일부는 그동안 코로나 상황, 도쿄올림픽,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 전시작전권 환수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한미 연합훈련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지혜롭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며 “북한도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 상응해서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지혜롭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한미연합훈련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주한미군에서 한국군으로 전환하기 위한 훈련이 빠지게 되면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2022년 5월) 전작권 전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한국군의 한미연합군 지휘 능력에 대한 3단계 평가 중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는 올 하반기로 다시 늦춰졌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