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서울 청담동의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은 독일의 대표적인 예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세계에 헌정하는 새로운 전시를 진행한다고 11일 전했다. 이번 전시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컬렉션 소장품을 에스파스 루이 비통 도쿄, 베네치아, 뮌헨, 베이징, 서울, 오사카에 소개하는 '미술관 벽 너머(Hors-les-mur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최된다. 전시는 오는 12일부터 7월 18일까지 진행된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전시'./사진=루이비통코리아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1960년대 초기부터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역설적인 예술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전통적인 회화기법을 교육받은 리히터는 이미지가 지닌 힘과 더불어, 오랫동안 지속된 회화와 사진 간의 불완전하고도 쉽지 않은 관계를 다루는 데 평생 열정을 쏟아왔다.
그의 초기작은 주로 신문 또는 가족 앨범에서 찾은 흑백 사진을 확대해 회색조로 채색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리히터는 이내 전통 장르로서의 구상 회화에서 벗어나 사진 속 대상을 흐릿하게 묘사하는 작업으로 사진 매체와는 확연히 다른, 회화를 통한 실재 세계를 완성했다고 루이 비통 측은 전했다.
추상 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과 개념 미술을 비롯한 20세기 후반의 미술 운동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이러한 사조를 결코 전적으로 따르지 않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주요 예술적 철학적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1966년 산업용 페인트 색상표를 대규모로 확대 재현한 색채 판 그림을 통해 색상에 대한 초기 연구를 시작한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2007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훼손된 쾰른 대성당 남쪽 측랑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디자인 작업을 의뢰받는다. 마치 만화경을 연상시키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돔펜스터(Domfenster)는 중세 시대 본래의 창문에 쓰인 72가지의 다채로운 색채를 표현한 1만1500장의 수공예 유리 조각으로 구성되었다.
색이 이뤄내는 완벽한 조화로움과 정확성은 리히터의 색상에 대한 고찰의 핵심인 산업용 페인트 색채 견본집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어 빚어졌다. 창을 가득 메운 자유로운 색상 배치는 특별 개발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추출했으며, 이 방식은 리히터가 스테인드글라스 작품과 동시에 작업한 4900가지 색채 작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4900가지 색채는 정사각형 컬러 패널 196개를 여러 사이즈의 작은 격자판으로 조합한 작업부터 하나의 대형 패널로 완성한 작업까지 11가지 버전으로 구성된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은 이번 전시를 통해 4900가지 색채의 아홉 번째 버전 Version IX(2007)을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한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