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회의원·공기업·공무원 등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셀프조사로 새로 밝힌 투기 의혹 의심자가 7명에 불과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면 토지와 사람 모두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온다.
우선 투기의 주체인 사람이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300명은 물론이고 광역자치단체장 17명·광역의원 824명·기초자치단체장 226명·기초의원 2927명 등 선출직 공직자 4294명 전원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으로부터다.
선출직 외에 일반 공직자도 마찬가지다. 이번 투기 의혹의 진앙지인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해 농지에 도로를 놓는 일에 관여하는 한국도로공사 등 토지 개발 관련 전 부처·정부 공기업·지방 공기업·청와대 재직자까지 모두 샅샅이 뒤지자는 얘기도 나온다.
2월 26일 취임한 남구준 초대 국가수사본부장(54·경찰대 5기). /사진=경남지방경찰청 제공
관건은 차명·법인 거래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다.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악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공직자들일수록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의 명의로 하지 않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친인척도 아닌 제 3자의 명의를 이용해 차명 거래했을 경우 이를 어떻게 발본색원하냐가 의혹의 실체를 푸는 유일무이한 열쇠다.
다음으로는 투기 대상인 땅이다.
이번에 불거진 제 3기 신도시 지역에서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차명 토지 거래가 일어난게 아니다.
2015년 이후 지난 5년간 지정된 공공택지만 50여 곳에 달한다. 공공택지를 비롯해 인접한 지역까지 모든 토지 거래를 샅샅이 뒤져서 자금 출처를 조사해야 한다는 법조계 지적까지 나온다. 그래야 발본색원이 가능하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정부 합동조사단의 셀프조사로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1차 조사대상자 1만 4000명 중 고작 7명의 투기 의심자를 가려내는데 그칠 정도다.
더욱이 강제 수사에 돌입하더라도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헤칠지 미지수다. 의혹이 제기된지 열흘 지났고, 사실상 압수수색에 들어가야 하는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해당 토지의 모든 거래에 대한 자금 출처를 조사하고, 이를 통해 제 3자 명의 등 차명 거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공개 정보를 누구를 통해 언제 입수했는지 규명해야 하는 점은 최대의 난관으로 꼽힌다. 자백 외에는 휴대전화·금융계좌 압수수색을 통해 밝혀야 하는데, 피의자 특정과 강제수사 밖에는 답이 없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짜여진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는 철저히 수사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1차 조사를 발표하면서 "차명거래 등 각종 의혹은 합수본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불법행위를 반드시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월 11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브리핑을 갖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지방청에 근무하는 한 현직 부장검사는 12일 본보 취재에 "진짜로 발본색원하려면 토지·건축·주택 관련부서 근무 경력이 있는 모든 공직자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와 별개로 미시적으로는 해당 대상지역에서의 토지매매 중 정부의 새로운 토지개발 정책 발표 전후로 급등한 택지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 자금 출처를 추적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일 빠른 것은 후보지역을 좁히고 그 지역의 모든 토지 매매의 자금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미공개 정보의 내부 검토 및 개발 확정 시점을 면밀히 확인해 매매 기간을 한정하고, 매매가가 급등해 거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을 취득한 사례를 전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 지역인 광명시흥 지구의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은 본보 취재에 입을 모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자는 어디에나 있다. 저평가됐던 곳의 정확한 사전 정보가 있다면 누구나 돈을 빌려서라도 사지 않겠냐"며 "최대한 빨리 강제수사로 들어가 의심되는 사람들을 특정해 집중적으로 파헤치는게 최선일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합수본은 반부패공공범죄수사과·중대범죄수사과 등 국수본 수사부서를 비롯해 전국 시도경찰청 18곳·국세청·금융위원회 파견 인력까지 총 770명으로 편성됐다.
합수본이 이번 수사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일부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에 국민의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