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스피 지수가 다시금 상승 흐름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무려 5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주식 비중 문제 때문에 앞으로도 매도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은 계속 커지는 모습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의 매도세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지난 11일의 기록을 보면 연기금은 이날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물경 3005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날 거래는 연기금의 연속 순매도 50일차의 기록이기도 했다. 연기금은 작년 12월 24일부터 국내 주식을 팔기 시작해 이날까지 무려 14조 4000억원을 팔아치우고 있다. 이는 지난 2009년 8월 3일부터 9월 9일까지 28거래일간 이어진 2조 6000억원 순매도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매도 기간 기준으로는 22일, 금액 기준으로는 10조원 넘게 많은 규모다.
통칭 ‘연기금’으로 부르는 거래주체에는 국내 자본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군인공제회, 교원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포함된다. 특히 국민연금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금은 물경 833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한 해 정부 예산(약 558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연기금의 기록적인 매도세는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코로나19)에 따른 급락 장세와 관련이 있다. 이때 폭락한 국내 주식을 연기금은 지속해서 매입했는데, 이젠 흐름이 바뀌어 해당 주식들을 매도하고 있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은 미리 정해진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코스피가 작년 폭락장 이후 급등세를 거듭하며 3200선을 돌파할 정도로 치솟자 연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은 다른 자산 수익률을 크게 앞지른 상태다. 이에 따라 자산배분 재조정 절차를 밟는 차원에서 국내 주식 매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팬데믹 이후 21.2%(176조 7000억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올해 말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는 16.8%다. 이는 곧 4.4%포인트 안팎의 비중을 내다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국내 주식 26조원을 처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연기금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아직 14조원 수준이다. 즉, 지금까지의 매도세에 육박하는 12조원어치의 주식을 아직 더 매도할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3200선 돌파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주가지수 흐름에 연기금이 자꾸만 하락 압박을 가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등 개인투자자들로 구성된 단체들은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본부 해체’ 등 강경한 구호를 외치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작년 폭락장에서 국내주식을 대거 쓸어 담으면서 하락세를 지탱한 부분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라는 사실도 감안돼야 한다”면서 “미리 정해진 룰에 의해 이뤄지는 거래인만큼 당분간 연기금의 추가매도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