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오는 26일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를 앞두고 박철완 상무 측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박찬구 회장 측이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최근 사측이 제안한 안건 전부에 대해 찬성 입장을 표명한 반면, 박철완 상무가 요구한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사측의 정관 변경 및 이사회 후보 안건 제안이 장기적으로도 회사의 지배구조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으로 전망했으나 박 상무 측의 이사회 구성 등은 대체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안건별 ISS 권고 리포트 요약/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또한 금호석화의 총주주수익률(TSR)과 이익 창출 능력이 동종업계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으로, 투명한 배당정책과 높아진 배당성향도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보통주 1만1000원, 우선주 1만1050원에 달하는 박 상무 측의 배당은 업황이 어려울 때 회사에 무리한 재무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박 상무 측은 현재 이사회가 그간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여부와 주총을 앞두고 내놓은 중장기 성장전략을 ISS가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 공개토론회 개최를 제안했다.
특히 △배당성향의 기준 △자사주 소각 방침 △금호리조트 인수 추진 등을 들어 경영진의 안건이 주주제안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했다.
주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주주제안 안건별 상세 취지와 필요성 등을 담은 프리젠테이션 자료와 사외이사 후보자 프로필 및 인터뷰 영상 등도 공개했다.
서울 을지로 금호석유화학 사옥/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업계는 금호석유화학 뿐만 아니라 자회사 구성원들은 잇따라 경영진 지지 선언을 하고 있으며, 연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금호미쓰이화학과 금호폴리켐 노동조합은 이날 공동성명서를 통해 "10여년전 박삼구 전 회장 등의 무모한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로 금호그룹이 분해됐고, 노동자들은 부실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야 했다"면서 "당시 박 상무는 박찬구 회장이 쫒겨난 틈을 노려 박삼구 회장 편에 섰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 커녕 주요 자산 매각을 계획하는 등 노동자들의 삶을 위태롭게 했으면서 이제 아전인수격으로 금호석유화학그룹을 통째로 삼키려고 한다"며 "계열사 상장 등의 말을 도의적으로 논한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보라"고 촉구했다.
금호피앤비화학 노조도 앞서 "포퓰리즘은 나라도 망하게 한다는데 기업이야 오죽하겠는가"라며 "적정한 주주배당은 당연한 것일테지만, 주주배당을 7배로 올리면서 박 상무 스스로가 3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기게 되는 것은 경영 보다는 배당금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의결권 지분이 30%에 달하는 상황에서 외국 기관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ISS의 목소리가 사측으로 기울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의 실적 향상을 이뤄낸 경영진을 향한 신뢰를 보내는 등 박찬구 회장 측이 유리한 지형을 점거한 셈"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