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카운터파트인 국민의힘과의 합당까지 거론하며 야권 승리 의지를 다졌지만, 내년 대선까지 동력이 이어질지 미지수다.
당초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측과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19일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했고 앞서 17~18일 여론조사를 갖기로 했지만,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기존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다.
안철수 후보는 최근 기자회견 및 오 후보와의 TV토론에서 거듭 단일화 의지를 비롯해 합당 뜻까지 밝히면서 야권 표심에 대한 적극 공략에 나섰다.
안 후보는 '더 큰 기호 2번을 만들자'며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한 야권 대통합 및 승리 욕심을 보였지만, 합당 카드 자체만 놓고 보면 변수가 많은게 사실이다.
실제로 안 후보는 지난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합당 뜻을 처음으로 공식화하면서 "당원들의 동의를 구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로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구체적으로 1~3단계에 걸쳐 야권 대통합을 이룰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첫째 자신이 야권단일 후보가 되어 국민의힘과 통합선거대책위를 만들겠다는 점, 둘째 서울시장이 된 후 국민의당 당원들의 뜻을 얻어 합당을 추진하겠다는 점, 셋째 마지막 3단계로 범야권 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본보가 안 후보의 '합당 카드' 카운터파트인 국민의힘 복수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국민의힘 내부 여론은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관계자는 "시간과 여러 조건이라는 것이 버젓이 있는데 어쩌자는 건가. 말로 한 약속이지만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바꾸기 쉽다"며 "야권 대통합을 들이밀며 합당하겠다고 하는데 왜 이제와서인가라는 물음표를 누구나 떠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 대표는 그동안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부정적이던게 사실"이라며 "단일화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일부 야권 표심을 갖고 오기 위한 취지로도 읽힌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결국 진정성의 문제"라며 "안 대표는 합당 카드를 내밀 타이밍을 실기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에게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국민의당 관계자는 본보 취재에 "안 후보의 야권 통합에 대한 진정성을 계속 강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며 일각의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단일화를 앞두고 야권 분열 등 온갖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다"며 "안 후보 의지는 항상 그대로였다. 바로 반문, 정권 심판의 기치 아래 모두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TV토론에서도 자신을 '범야권 대통합' 구성원의 일원이라고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후보는 TV토론에서) 수많은 리더들의 존재를 상정하고 자신이 그곳에서 우두머리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딱 잘라 밝혔는데 왜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는지 모르겠다"며 "적어도 안 후보는 야권을 모을 경험이 충분하다. 사람들이 떠나간게 아니라 서로 함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현상'이 커지면서 제 3 지대에서의 안 후보 입지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맞물려 올해 서울시장 자리마저 놓친다면 사실상 자신의 정치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당장 닥친 선거에서의 단일화를 위해 안 후보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오 후보 측에서 안 후보를 향해 '유불리 따지는 새 방식을 들고 나왔다'며 반발하며 나선 가운데, 협상은 17일 오전과 오후 내내 이어지고 있다.
양측이 끝까지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렬되어 후보등록을 각각 한 후,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가는 이달 29일까지 단일화를 성사하리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양측이 치킨게임을 멈추고 단일화에 성공할지, 안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본인이 확언한 대로 합당과 야권 대통합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