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쇼크로 인해 무려 10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1450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정확히 1년 만에 3000선까지 오르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모습이다. 여기에는 물경 61조원의 자금을 쏟아 부으며 지수를 밀어올린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큰 힘을 발휘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코로나19 쇼크로 패닉 장세를 맞은 지 이날로 정확히 1년이 됐다. 작년 초만 해도 2200선에 머물러 있었던 코스피 지수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난 3월 초 2000선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정확히 1년 전인 3월 19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선언하면서 증시에도 혼란이 왔다.
2020년 3월 19일 코스피는 하루에 무려 8% 넘게 폭락해 1457.64까지 떨어졌다. 이는 무려 10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루 낙폭만 133.56포인트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순식간에 시가총액 90조원이 허공에 사라져 전체 시총 역시 1000조 아래로 떨어진 날이었다.
다음날인 20일 약간이나마 반등하며 1560선을 회복한 코스피는 같은 달 23일에도 또 한 차례 공포 장세를 맞았다. 다시 83.69포인트(5.34%) 하락하며 다시 1400대(1482.46)로 밀려난 것이다.
이 시점까지만 해도 코스피가 2000선은 물론 30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며 국내 증시는 반등에 반등을 거듭했다. 한 해가 지난 2021년 3월 19일 오전 현재 코스피 지수는 3030선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코스피가 부진을 탈출하도록 도운 1등 공신은 개인 투자자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계속 해서 물량을 쏟아낼 때 개인들이 달려들어 저가매수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동학농민운동에 나선 민중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동학개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작년 3월 19일부터 지난 12일까지 1년간 유가증권시장에 61조 6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순매수액 최고였던 2018년(7조원)의 9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물량이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18조 8000억원, 기관은 42조 7000억원어치를 각각 내다팔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개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18조원어치를 순매수 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들도 국내주식을 다량 매수하며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했다.
그 결과 코스피는 작년 11월 23일 처음으로 2600선을 돌파하며 부진에서 벗어났다. 코로나19 여파는 여전히 사회를 억누르고 있었지만 코스피 지수만큼은 기존 최고치 2598.19를 뛰어넘으며 신기록 행진을 시작한 것이다. 올해 1월 7일엔 3000선 돌파, 같은 달 25일엔 3200선 돌파의 신기록도 남겼다. 코스피 최저치와 최고치를 단순 비교했을 때 2배를 훌쩍 넘는 극적인 성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1년 사이 주식투자는 개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고, 국내 증권사들은 기록적인 호실적을 냈다. 이제 시선은 이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OMC)의 통화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증시 향방을 좌지우지하며 국내 증시에 미칠 여파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FOMC가) 통화정책을 기존대로 유지했지만 경제전망을 시장 예상보다 대폭 상향하면서 실질 통화정책은 더 완화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 “증시엔 긍정적인 방향이었으나 상반기 후반부엔 다시 긴축 이슈가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