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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첫 반응, 미사일 도발…중·러 ‘반미 연대’ 본격화

2021-03-24 16:51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과 중국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격돌한 이후 북중러 대 서방국가의 대치 구도가 나타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인권’으로 중국을 압박한 이후 미국은 실제로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과 연대해 중국, 북한, 러시아에 대한 인권 제재를 단행했다. 이에 중국도 러시아, 북한과 관계 강화에 나서면서 신냉전을 가속화시키는 양상이다.

미국은 22일 EU, 영국, 캐나다와 공조해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탄압에 대해 동시다발 제재를 부과했다. 바이든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폐기를 선언했지만, 대외정책을 중국의 팽창 억제 및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순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중국 역시 러시아와 북한 등 우호국들과 친선을 강화하며 공고한 대미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서방국가들의 대 중국 인권 제재에 중국정부도 맞불 제재를 단행하면서 외교적 긴장감을 높였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EU이사회는 이날 중국, 북한, 러시아 등 6개국의 개인 11명과 4개 단체를 인권유린을 이유로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EU가 인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제재하는 것은 1989년 베이징 톈안먼광장 사태로 무기거래를 금지한 이후 32년만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달리 그동안 중국과의 대립을 피해온 EU가 비중있는 결정을 내려서 양측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선 신장위구르 지역의 이슬람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탄압을 주도한 왕쥔정 신장생산건설병단 당위원회 서기를 포함한 4명과 신장생산건설병단이 포함됐다. 제재 대상은 EU에 입국할 수 없으며, EU 내 자산은 동결된다. 또 EU의 개인 또는 단체가 제재 대상에 자금을 대는 것도 금지된다.

EU에 이어 미국도 왕쥔정 등 2명을 제재 리스트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두명은 이미 미국의 제재 대상에 해당한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제재를 발표하면서 공동 대응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신장과 전세계의 심각한 인권침해와 싸우기 위한 글로벌 노력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계속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EU와 미국은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사건과 관련해 책임이 있는 러시아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제재 조치를 취했다. 북한에 대해선 억압적 안보정책과 정치적 반대 탄압 등을 이유로 정경택 국가보위상과 리영길 사회안전상, 중앙검찰소를 제재했다. 이 밖에 리비아, 남수단, 에리트레아 등이 제재 대상이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러시아와 연대해서 “내정간섭에 맞서겠다”며 공동성명을 냈고, 북한도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반발했다. 중국은 EU의 제재가 발표된 같은 날 네덜란드, 벨기에, 리투아니아 의회 의원과 EU이사회 정치안전위원회 등에 대해 ‘맞불 제재’를 단행했다. 이런 중국의 조치가 취해지자 유럽 의회는 EU-중국 투자협정을 비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왼쪽부터)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의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러시아와의 연대도 가시화됐다. 중국은 알래스카 회담 직후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초청해 현안을 러시아와 공유했다. 라브로프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회담 직후 두 나라는 미국을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또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구두 친서를 교환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중국 방문에 이어 24일 한국을 방문했다. 라보로프 외무장관의 방한 명분은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행사 참석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보다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를 더욱 경계하고 있어 그동안 한미일 3각 공조에 크게 반발하지 않던 러시아까지 움직인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왕이 부장은 24일부터 중동 순방에 나서 반미 성향인 이란 등과 반미전선 강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5일 서울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러 외교장관회담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한미일 동맹 네트워크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된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 견제용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은 중국·북한 문제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어 북중러의 결속이 강화될수록 한국이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와 함께 북한은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일본 방문 직후인 지난 21일 11개월여만에 단거리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시위에 나섰다. 일단 한미연합훈련(8~18일)과 한미 2+2회의 진행으로 쌓인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저강도 시위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시진핑 주석와 구두친서를 주고받은데 이어 쿠바, 베트남, 라오스의 최고지도자에게 이례적으로 구두친서를 보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시 주석에게 보낸 구두친서와 마찬가지로 나머지 국가들에도 국방력 강화와 남북관계, 북미관계와 관련해 결정한 정책 방향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한편, 바이든 정부가 인권을 내세운 ‘가치 외교전’에서 북중러 모두에게 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이번 북한 단거리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달라진 것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해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갈등도 서방국가와 중국 간 경제적으로 얽혀있는 복잡한 관계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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