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민 기자]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가입자 10억명을 넘어서며 기존 미디어를 넘어 '뉴미디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OTT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유튜브 등 외산 OTT 업체들이 안방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올 하반기에는 디즈니까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OTT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볼거리가 늘어 좋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토종 OTT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국내 OTT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도 모자를 정부는 서로 관할권을 놓고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외산 대비 콘텐츠, 자본 등이 부족한 국내 OTT에 대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면서 외산 OTT가 안방을 장악하게 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OTT 유관부처는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다. 모두 OTT 전담팀을 만들고 민관 정핵협의 기구도 출범시켰다.
문제는 정부가 초기 성장단계인 토종 OTT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보다는 규제를 더 강화하고 있고, 부처별 중복규제로 인해 업계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유관부처들은 국내 OTT 관련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여기에 저작권, 기금징수 등으로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3개 부처가 대결 구도를 연출하며 OTT에 대한 규제관할권 행사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출범한 국무조정실 주관 범 정부 협의체에서는 OTT를 주요 미디어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진흥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사전검열에 해당하는 영상물등급심의 의무화를 자율심의로 전환하고,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 글로벌사업 지원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문체부는 OTT 음악저작권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심사해 오는 2026년까지 매출액의 2% 수준을 지불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징수규정은 정부가 상한선을 정해주는 방식이다보니 업계에는 실질적인 규제로 작용하는 사안이다.
똑같은 방송 VOD콘텐츠를 방송사가 제공하면 매출액의 0.625% 수준인데 반해 OTT에만 2% 가까운 징수율을 적용하는 것이어서 자라나는 새싹을 밟게되는 셈이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방송사는 공익적 서비스, OTT는 상업적 서비스이기 때문에 차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방송사나 OTT가 제공하는 월정액 서비스 모두 콘텐츠 내용이나 형태, 상업적 측면에서 동일하다. 주무부처의 해설 치고는 설득력이 전혀 없다.
이에 더해 문체부가 지지하는 영상진흥기본법 개정안(이광재 의원 발의)에는 OTT 플랫폼 규제가 포함돼 있다. 기존 전기통신사업법 규제와 상당부분 중복된다. 그러다보니 미디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문체부가 OTT 규제관할권만 탐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방통위도 시청각미디어 서비스법을 통해 OTT에 새로운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 역시 관련업계에서는 현재보다 규제가 더 강화되고, 방송발전기금 징수가 시행되면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방통위가 전혜숙 의원실과 함께 입법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도 공정위의 '온라인플랫폼중개거래공정화법'과 충돌하며 갑론을박 중이다.
최근 뒤늦게 국무조정실이 2차 'OTT협의체'를 통해 갈등을 봉합해 가는 모양새지만 이미 각 부처들이 여러 경로로 추진해 온 정책들을 얼마나 조율해 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OTT 사업자들에게 정부 정책 신뢰도는 이미 밑바닥을 치고 있다. 그만큼 정부 부처간 밥그릇 싸움에 불필요한 중복 규제만 늘어나고 기존 미디어와 차별적인 대우로 OTT들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한계에 부딛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 미디어 시장은 토종 OTT를 보호할 수 없는 구조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미디어가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OTT에 대해 규제 일색의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정부는 OTT 산업 보호와 함께 적극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 목줄을 풀어줘야 한다. 뉴미디어 시대에 OTT에 대한 정책을 기존과 같이 규제 위주로 펼쳐나갈 경우 오히려 산업 자체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