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한국 경제계를 대변하는 대·중소기업 및 외투기업 단체장들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과 관련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로 경영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을 더욱 위기로 몰아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25일 미국상공회의소 법률개혁원, 한불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전경련회관에서 '집단소송제 도입사례와 한국에의 시사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2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집단소송제 도입사례와 한국에의 시사점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정 김앤장 미국변호사,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한불상의 회장, 이준 한불상의 부회장, 김시내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 /사진=전경련 제공
집단소송제도 도입의 원조격인 미국의 사례로부터 시사점을 얻기 위해 개최된 이번 세미나에는 전경련 권태신 부회장, 미상의 법률개혁원 해롤드 킴 대표를 비롯해 한불상의 다비드-피에르 잘리콩 회장, 중기중앙회 서승원 부회장,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임스 김 회장 등이 참석했다.
권태신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집단소송·징벌적손해배상제도 입법화에 대해 “우리경제에 천문학적인 불필요한 소송비용을 짐 지우고, 기업은 법적 판단에 상관없이 여론재판에 내몰려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된다”며 “적대적인 기업환경을 조성하고 이미 많은 허점을 노출한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면 국내 기업환경이 악화되어 한국투자 기피와 기업 해외탈출 현실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해롤드 킴 미상의 법률개혁원 대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집단소송은 집단소송=소송남소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집단소송법의 폐해가 한국에서 반복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비드-피에르 잘리콩 회장은 "프랑스에서는 집단 소송과 관련된 법적 틀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며 "집단 소송은 소비자를 대신해 대표성이 있는 일부 비정부기구에 의해서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코로나19 회복을 위해 전력질주해야 하는 시점에 계속되는 규제입법으로 성장 잠재력 훼손, 기업가정신 위축이 우려된다 ”며 “많은 중소기업이 반대하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8.6%가 집단소송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집단소송제 운영 사례에 대한 발제를 맡은 존 베이즈너 스캐든 변호사는 미국 집단소송법안 작성에도 참여했었으나 지금은 기업의 피해 구제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2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집단소송제 도입사례와 한국에의 시사점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제공
베이즈너 변호사에 따르면 집단소송제도는 △대표원고·소송대리인을 제외한 ‘집단(소비자)’에 실제로 돌아가는 보상이 없고 △합의로 소송대리인 배만 불릴 뿐 집단소송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실제 해당행위를 제어하는 데에는 실효가 없으며 △원고측이 피해사실이 없는 나머지 소비자까지 대변해 집단소송을 키우고 △제3자 자금지원 제3자 자금지원 등 소송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소송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문제가 크다.
실제 미국에서 집단소송 합의금으로 변호사는 평균 100만달러 이익을 누린 반면 소비자에게 돌아간 이익은 32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에 따르면 집단소송·징벌적손배 법안 도입 시, 현행 소송비용 추정액 1조6500억원의 6배 이상에 달하는 최대 10조원의 소송비용이 우리 경제에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원고측 입증책임 경감, 영업비밀 제출의무 부과, 소급적용 등 미국의 예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요건으로 입법 예고되어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어 김시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입법 동향에 대해 공유했으며, 김재정 김앤장 미국변호사의 진행으로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이준 한불상공의 부회장, 셰볼 드 카조트 미상의 법률개혁원 부대표가 참여해 법안의 독소조항과 기업에의 영향 및 대응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주요 선진국에서도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집단소송제·징벌적손배제도를 도입했지만 부작용이 커 회의론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오히려 남소조항 폐지 등 안전장치도 완화한 채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며 “선진국 사례의 정확한 연구, 다양한 국내외 경제주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청취를 통해 신중한 입법영향평가와 공감대 형성이 입법 이전에 필요하기에 오늘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