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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커피값과 박근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소통값

2015-01-13 12:3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스타벅스 커피와 국민 소통이라는 놈의 값은 이 땅에서 왜 이리 비싼 걸까? 엉뚱한 호기심이 솟구치는 정초다. 1월 12일 대통령 연두 신년기자회견을 하는 즈음에 날아든 또 하나 범상치 않은 뉴스, “스타벅스, 한국인이 제일 비싸게 마신다”를 두고 함께 엮어 보련다.

사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이 한국 4100원 일본 3633원, 미국 2477원이라는 소비자시민모임 조사 발표 뉴스가 날아들었을 때 솔직히 내 배가 아프지는 않았다. 뉴스라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구문이자 상식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본래 이 커피 값이 예사롭지 않은 수준이라는 건 틈틈이 까발려졌었다.

가장 섹시한 고발은 팀 하포드라는 경제 저널리스트 책 '경제학 콘서트( 2006년 번역, 웅진씽크빅)에서였다. 커피 한 잔 원가분석을 해 보면 속칭 물장사라고 해서 원액과 전기세, 수도세, 종이컵, 설탕, 우유 값 등 해서 다 합쳐봤자 30%도, 20%도 안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나머지 70~80%에 해당하는 프리미엄 실체가 뭐냐에 달려 있다.

이 부당한 부담으로 다가오는 프리미엄에는 그 비싸다는 땅값 임대료와 그 높다는 브랜드 파워가 필시 박혀 있다. 이를 두고 팀 하포드와 수많은 경제 전문가 친구들은 가격정책과 경쟁관계라는 시장 상황, 수요와 공급 관계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지급의향(willingness) 같은 요인들은 거론하고 있다. 한 마디로 비싸도 사 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다른 것 다 빼고서 브랜드 파워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고 환산하기도 힘든 무형의 가치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건 인정하더라도 ‘왜 4,100원 in 코리아?’ 라는 문제는 그냥 어물쩍 넘길 사안이 아니다. 한국 수요자들 영혼을 사로잡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책정해놓고 이후 2년 정도마다 올려 버릇함으로써 가격 자체가 하방경직성을 갖도록 종용한 사업자가 본원적 책임을 져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취임 후 두 번째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그들이 소비자들 영혼을 매혹시킨 기술을 극찬하고 배워야 할 최우수 사례(best practice)라고 확성기 찢어놓은 승자 독식 경영학 진영이나 언론들도 연대 책임이다. 결국 여기서 핵심은 가격 정책이 된다. 글로벌 시장으로 보면 이놈의 가격차별화가 왜 일어났고 커피 중독의 시대를 연 1999년 이대 앞 스타벅스 1호점 이후로 어떻게 그런 악습이 버젓이 횡행해왔는지를 규명해야 옳다.

진실은 이렇다고 본다. 스타벅스 본사와 한국 사업을 양분한 신세계가 한국 소비자를 합리적 소비자가 아닌 호갱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호갱(님)은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국어사전에서 호구4의 2번 뜻과 비슷한 의미이다. 호구4 2번은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여기서 더 앞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면 신세계가 커피 값을 유린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우리들 한국민 지급의향(willingness)이 있다. “비싸면 안 사 먹으면 되지?”라는 반문에 우물쭈물 답하지 못하는 수요자로서 자화상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자화상은 허세와 허영이고 그 밑바닥 한편에는 오기와 편애가 있다.

이 우라질 오기와 편애. 스타벅스 커피 값을 십 수 년 동안 비싸게 들춰 맸고 칠레산 와인 몬테스알파 까베르네 쇼비뇽 가격 또한 지상 최고가로 들여와 자유무역 FTA 효과를 날려버린 주범인 한국 소비자들 민낯인 오기와 편애가 트러블 메이커였다. 왜냐면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에 홀려 브랜드 있는 커피하우스만 찾고 우리 동네 로컬 카페들은 외면했던 게 편애이고 한국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오기는 뭐냐면 신세계와 롯데, CJ 등등 대기업 커피숍 프랜차이즈들이 무한경쟁 문어발확장 자존심 싸움하는 경쟁자들 오기에 투영된 소비자 동조 심리에 해당한다. 홍대 앞에 가로수길에 강남역 광화문 대로변에 서로 으르렁거리며 커피숍 여는 오기, 어느 지방 신도시 개발하고 리조트 들어서면 빌딩까지 통째로 커피숍 올리는 오기의 향연을 즐겨왔던 대가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 4100원으로 돌아온 셈이다.

글쎄 이런 오기와 편애를 이번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만나보게 되었다. 이건 또 무슨 연관관계인가? 오만과 편견은 모르겠지만.. 없었겠지만.. 오기와 편애는 분명히 있었다. 신년기자회견을 전하는 이른바 보수 언론들조차도 대통령 인식과 민심과 격차를 논할 정도이니 한 번 더 증명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대통령의 오기와 편애는 그 이유와 배경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아주 비싸고 위협적인 소통 값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이 소통 값은 그저 평범하지만 정말 독하고 속 쓰린 스타벅스 커피 값과 매한가지다. 수요자들에게 누적되는 부담과 부당함을 떠안기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지도자가 뭔가 오기와 편애에 붙잡혀 너무 비싼 소통 값을 자초한다면 결국 그 제품과 제조사 가치는 급격히 하락하게 마련이다. 소통 값이 매겨지는 제품은 곧 정책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일컫는다. 창조경제나 한류도 전형적인 소통 값 매겨야 하는 대통령의 제품이다. 예컨대 지역마다 만드는 창조경제혁신센터 같은 창조경제 인프라의 경우 너무 비싸지 않게 디자인하고 운영하는 진면목을 보여줘야 국민들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신바람 나게 그 비빌 언덕에서 정말 활갯짓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오기와 편애로 세계 11개 도시 평균가격 3207원보다 28% 가량 비싼 한국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처럼 밀어붙이게 되면 결국 가랑비에 옷 젖는 나그네 신세가 될 뿐이다. 혈세와 기업들 고통분담으로 포장하는 비싼 값 치르지 않게 하는 적정가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정책 제품 하나 하나 소통 값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오기와 편애가 강해지고 극단화되어왔던 게 스타벅스 커피 값 뉴스가 커진 본질적 이유다. 이제 수요자들부터 돌아설 판이다. 더 이상 허세와 허영, 콤플렉스가 자초한 오기와 편애로 스스로를 자학하는 불행 국가, 불행 국민, 불행 소비자 호갱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지위를 죄다 치를 타산이 서진 않을 테니까.

그러면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확인한 너무 비싼 소통 값에 끼인 오기와 편애도 함께 사그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아무리 막연할지라도 이런 기대가 적중해야만 이상한 나라 한국의 커피 값, 소통 값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 '경제학 콘서트.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웅진씽크빅/ 200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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