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국내에서 탄소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탄소세 부담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기 회복으로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면 탄소배출권 가격이 연내 톤당 3만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기간산업과 국민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3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세 도입 시 추가 부담을 시나리오별로 추정한 결과 연간 7조3000억원에서 36조3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19년 기준 전체 법인세수(72조1000억원)의 10.1~50.3%에 달하는 규모다.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경련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탄소세가 일괄 부과된다는 가정아래 배출처의 추가 부담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다. 탄소세율은 이산화탄소 환산톤 당 10달러, 30달러, 50달러의 세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했고, 분석 대상은 ‘2019년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 명세서’상 등록된 908개 배출처다. 분석 결과 배출처들은 시나리오별로 7조3000억원, 21조8000억원, 36조3000원의 탄소세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정됐다.
배출량 기준 상위 100대 배출처는 전체 탄소세의 89.6%를 부담하고, 영업이익 대비 탄소세 비중은 시나리오별로 10.8%, 32.3%, 53.8%로 나타났다.
배출량 상위 100대 배출처 중 영업이익 상위 10 곳을 제외하면 시나리오별로 39.0%, 117.0%, 195.0%까지 상승해 영업이익이 낮은 기업일수록 탄소세로 인한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탄소세액이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배출처 수도 시나리오별로 각각 22개, 41개, 50개에 달했다.
업종별 부담 순위는 중위 시나리오(30달러/tCO2eq)를 기준으로 △발전에너지 8조8000억원△철강 4조1000억원 △석유화학 2조1000억원 △시멘트 1조4000억원 △정유 1조2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발전에너지 공기업 및 자회사(7개사)가 부담해야하는 탄소세는 7조3000억원에 달해, 원가 상승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인 될 수 있다.
철강 업종에서도 배출량 1, 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탄소세액 합계는 3조7000억에 달한다. 양사 영업이익 합계가 4조2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 대비 탄소세액 비중은 88.9%다. 1년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 대부분을 탄소세로 내야하는 셈이다.
한편 2020년 기준으로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는 24개국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개국 중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는 일본과 캐나다 뿐이다. 배출량 순위 5위 일본은 ‘지구온난화대책세’를 통해 석유석탄세에 추가로 3달러/tCO2eq를 부과하며, 10위인 캐나다는 지방정부 별로 탄소세(14~28달러/tCO2eq)를 도입했다.
재계에서는 탄소세 도입에 앞서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저탄소화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청정에너지, 친환경 수송, 친환경 산업공정 및 재료 연구에 4000억달러(약 451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저탄소화 관련 기술개발 연구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신성장동력 기술 대상 포함을 통한 R&D 세제지원, 재교육을 통한 기존 일자리 전환 등 투자와 지원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확산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탄소중립은 우리 경제와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높아 산업부문의 저탄소화 전환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과도한 탄소세 도입으로 산업계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경우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탄소세 도입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