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이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인 부동산 문제라는 점에서 공세를 집중하는 가운데, 오 후보의 어리숙한 대응이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작은 지난 9일 천준호 민주당 의원의 ‘셀프 보상’ 의혹 제기였다. 천 의원은 “오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이던 2009년 8월 서울시는 국토해양부에 내곡동을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같은 해 10월 오 후보 가족과 처가가 소유한 약 1300평의 땅이 포함된 이 지역이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지정돼 36억원 상당의 보상금을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오 후보는 "내곡동 땅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반박했지만, 민주당은 2000년과 2008년 오 후보가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신분으로 등록한 재산신고 서류를 공개하면서 내곡동 땅이 등재돼 있다고 받아쳤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영등포구 영등포역 롯데백화점 앞에서 집중유세를 펼치고 있다./사진=오세훈 후보 선거캠프 제공
오 후보는 지난 16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TV토론에서는 “이 지구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관심을 표했거나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했단 기억이 있으신 분이 있으면 양심선언을 해달라. 바로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악수로 작용한 셈이 됐다. 민주당과 언론은 오 후보가 내곡동 부지와 연관된 사실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오 후보 측 핵심관계자도 당시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사퇴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자”고 말을 돌렸다. 사실상 오 후보의 ‘실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 후보는 본인이 서울시장에 취임한 2006년 7월 이전인 지난 2006년 3월 참여정부가 내곡동 부지를 국민임대주택 사업부지로 지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는 지난 15일 "노무현 정부 때 내곡동 일대를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하지 않았다"면서 내곡동이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지정된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09년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오 후보는 "공문서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여서 착오가 있었다"면서 참여정부 때 예정지구로 사실상 지정됐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즉, 참여정부 때 임대주택지구로 확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사업지구로 정해졌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국민임대주택이 보금자리 주택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중앙정부가 사업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오 후보가 내곡동 땅 측량현장에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내곡동 땅의 존재와 위치도 몰랐다”는 오 후보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KBS는 지난 26일 2005년 내곡동 땅 측량 당시 오 후보가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서 증언한 A씨는 오 후보를 기억한다면서 점심을 먹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성중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장은 "토지 소유자가 아닌 오 후보는 2005년 당시 토지 측량이 이루어진 사실조차 전혀 알지 못했고, 보도 후 확인한 결과 당시 측량을 의뢰하고 입회하였던 자는 내곡동 토지 소유자인 오 후보의 처가 식구들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KBS가 악의적 보도를 했다며 민·형사, 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지만, 오 후보의 해명이 바뀌면서 또 다른 논란을 야기시켰다.
오 후보는 지난 29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오세훈이 과연 내곡동이 국민임대주택지구 지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는지가 중요하다"라며 "(민주당은) 해명 중 다른 게 나타나면 거짓말쟁이로 몰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사진=오세훈 후보 선거 캠프 제공
그는 "측량하는 데 있었다, 없었다가 중요한게 아니라 (민주당이) 프레임을 그쪽으로 옮겨가려는 것"이라며 "당시 내곡동을 측량하게 된 이유가 처가 땅에 불법 경작을 한 분들을 내보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분이 무슨 이야기를 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반박했다.
“땅의 존재와 위치도 몰랐다”는 애초의 단언에서 “본질은 (거짓말 유무가 아니라) 보금자리 주택 지정에 서울시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오 후보는 특히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사실을 밝히면서 "서류가 나오면 해명이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마저도 석연치 않다.
오 후보는 지난 30일 영등포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정보공개 청구로 밝혀진 사실에 대해 "토지 측량 결과도를 받았는데 신청인과 입회인이 저희 장인어른으로 돼 있다"며 "그거 이상으로 이름이 써 있진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날 입회인 서류 공개만으로 오 후보가 당시 측량 현장에 있었다는 의혹이 말끔히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허영 민주당 중앙선대위 허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KBS를 향한 고발장에도 오 후보의 처남 송모 씨가 측량에 입회하고 서명을 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장인이 입회해 서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허 대변인은 "사건의 본질은 '내곡동 땅으로 이익을 봤다면 정계에서 영원히 은퇴하겠다'는 약속의 전제인 '내곡동에 처가 땅이 있는지도 몰랐다'가 사실인지 여부"라며 "기억이 아닌 사실 앞에 겸손할 때다. 즉각 사퇴하고 국민께 사죄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