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이청용, 구자철 부상 탓 한국 대표팀 새 조합 구성…쿠웨이트 1대0 신승
[미디어펜=김재현 기자]한국대표팀이 2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경기였다. 경기 중간 슈틸리케 한국대표팀 감독은 손짓으로 불만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 13일 오후(현지시각)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쿠웨이트의 경기에서 한국 남태희가 전반 첫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뉴시스 |
하지만, 이날 경기는 한마디로 어려웠다.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튼 원더러스)이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날개 잃은 한국대표팀은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다. 이청용은 정강이뼈에 실금으로 전치 3주 진단을 받으면서 호주를 떠났다. 이청용은 짐을 싸면서 후배들을 볼 면목이 없음을 토로했다.
손흥민과 구자철(마인츠)은 감기몸살로 쿠웨이트전에 투입되지 못했다. 차포를 뗀 상황에서 새로운 조합을 찾던 슈틸리케 감독은 좌우 날개에 김민우(사간 도스), 남태희(레퀴야)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전방 공격에는 이근호를 원톱으로 내세웠다.
수비형 미드필드에는 기성용(스완지시티), 박주호(마인츠)가 오만전과 동일하게 역할을 맡았다. 수비라인의 조합이 흥미로웠다.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장현수(광저우 부리)를 좌우 수비수에 맡겼다. 골기퍼는 김승규(울산)가 첫 선을 보였다.
예상 외의 조합이었다. 공식 경기에서 처음 보인 조합이었다. 어려운 경기를 짐작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했다. 그동안 명성에 가려졌던 선수들이 슈틸리케의 황태자가 되기 위해 최고의 경기가 아니라도 최선의 경기를 펼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내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쿠웨이트는 호주전 대패로 물러날수 없는 한판 승부를 각오한 듯 전체 라인을 끌어올리며 강한 압박과 거친 플레이를 보였다. 아무래도 측면 라인을 발빠른 선수들로 배치해 카운터 펀치를 날릴 심산이었다.
한국대표팀은 새로운 조합 때문인지 패스의 강약과 속도를 잃었다. 특히 상대 진영에서 호흡이 맞지 않아 헛심만 보였다. 패턴이 달라지니 볼 잡은 사람은 2~3번 우리 선수를 확인하고 나서 패스하는 등 타이밍이 늦었다.
쿠웨이트의 강한 압박은 적중했다. 결국 패스 타이밍을 잃은 선수들은 급하게 공을 쳐 내기 급급했다. 초반 쿠웨이트의 압박을 이기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볼을 돌리면서 틈이 벌어지는 공간을 찾아 효과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했다. 소유하고 볼을 돌리면서 감각을 키우고 조급해진 쿠웨이트의 빈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야 했다.
김민우는 경기 내내 조급함을 보였다. 전반 7분 쿠웨이트 진영에서 수비수가 뒤로 돌리는 패스를 뺏은 과정에서 상대방의 몸싸움에 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끝까지 볼을 간수했더라면 좋은 찬스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후반에도 김민우는 드리블과 패스의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가지 못하고 경기 흐름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많이 뛰기는 했지만 파괴력은 부족했다.
최전방 공격에 나선 이근호의 한방이 아쉬었다. 모두 세차례의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지만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 전반 29분 김민우가 미드필드에서 수비수 사이를 절묘하게 가로지르는 패스에 단독 찬스를 맞았다. 이근호는 살짝 볼을 뛰어 골문을 흔드려고 했지만 골기퍼의 선방에 막혀버렸다.
후반 15분에도 상대진영에서 이근호가 전방압박을 통해 골기퍼에게 패스하는 볼을 뺐으며 슈팅 각이 없던 좌측 사이드라인에서 스핀을 넣은 슈팅을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비켜갔다. 수비수 뒷 공간을 파고드는 부지런함이 부족했다.
좌우 수비라인은 엉망이었다. 후반 11분 김영권은 우리 진영 골문 근처에서 무리한 파울로 쿠웨이트의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제공했다. 장현수는 공격수의 한번의 동작에 속아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장현수는 상대가 접근하는데 볼을 처리하지 않고 머리 뒤로 넘기다가 상대 공격수에게 골문을 열어주는 안이한 플레이를 보이며 쿠웨이트의 기세를 더욱 부추겼다.
후반 20분 동안 쿠웨이트 상대 템포에 따라가다 우왕좌왕한 경기력을 보이며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수비라인의 뒷 공간이 불안하니 우리 팀의 공격 전개가 쉽지 않았다. 공격들도 너무 서두르다보니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음에도 추가 골을 만들지 못했다.
침착함과 정교한 패스 등 노련한 경기운영을 펼쳤던 기성용, 중앙 미드필드 공간을 상대방 진영과 우리 진영에서 쉼없이 달렸던 박주호, 폭풍질주와 몸을 사리지 않던 차두리의 활약상에 위안했을 뿐이다.
8강 9부 능선을 넘은 한국 대표팀은 오는 17일 오후 6시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만난다.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원하는 한국 대표팀의 예열은 끝났다. 우승 후보 중 하나인 호주전에서 한국대표팀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비록 이청용이 경기 아웃됐지만 손흥민과 구자철이 몸을 회복하고 경기에 나선다면 해볼만한 호주전이 될 전망이다. 물론 이날 경기가 졸전이었다 치더라도 경기에 뛴 선수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이들의 경기력 향상과 이같은 경험이 좋은 보약이 될 수 있다. 앞으로 한국대표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슈틸리케 감독의 한 수를 기대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