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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흥규 “‘김정은 안 만난다’ 바이든 스타일 왜 나왔나”

2021-04-01 16:30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동안 서로 관망하던 북·미가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북한은 미국이 2월에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히면서도 김여정 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1부상의 담화 발표와 함께 무력 도발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뒤 지난달 25일엔 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시험발사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달 15~18일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중국·북한에 대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워 압박했다. 미·중은 18~19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대면해 격돌했으며, 이후에도 블링컨 장관은 30일 ‘2020년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중을 또다시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북정책 조율을 위한 2일 한미일 안보실장협의를 앞둔 상황에서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북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에 한·미·일 3국 공조와 중국을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는 지금 북·미 상황에 대해 “바이든 정부로선 북미 대화에 나서기보다 북한을 압박해 대중역량을 강화하려고 할 것으로 보이고, 북한도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중국에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 것이므로 이를 통해 생존 문제를 해결하면서 군사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교수의 분석을 결론부터 요약해보자면, 지난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대화 전략은 중국 견제용으로 시작됐고, 이를 눈치 챈 북한이 중국에 보증을 주는 밀착 행보에 나서면서 결국 미국이 전략 파기를 선택했다. 바이든 정부로선 같은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미중 갈등 국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을 향해 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물인 싱가포르 선언 계승을 촉구하는 문재인정부의 주장은 판세를 못 읽거나 혹은 정치적 선택인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뉴스1·조 바이든 당선인 트위터


김 교수는 먼저 “하노이회담 이후 북한은 미국의 전략을 읽고 중국에 불필요한 의심을 받지 않으려고 과감한 북미 접촉을 자제해왔다. 불행하게도 북한은 현재 냉전 상태가 자신들에게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서 “반면 안타깝게도 우리정부는 계속 북한과 관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희망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2차 북미 정상회담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자신들이 갈 새로운 길을 정했다. 지난 1·2차 북미 정상회담은 과거 리처드 닉슨 정부의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의 대중 정책을 트럼프 정부가 차용한 것이고, 중국 입장에선 견제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미중 사이에서 수싸움을 벌이다가 그 위험을 인지하고 중국에 밀착했다”고 설명했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1971년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해 미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양국 수교에 핵심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김 교수는 “당시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자신들의 편으로 돌려세우는 전략을 구사했고, 이번에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서는 전략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북·중을 밀착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정은정권 초기 북한을 관망하던 시 주석은 북미 대화가 시작되자 김 위원장과 5차례나 만났다. 이때 김 위원장은 중국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다짐했을 것이고, 이런 북·중 관계를 알아차린 미국이 최종 핵담판을 결렬시켰다. 북한으로선 미국으로부터 과실만 따먹으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이후 빠르게 태도를 바꿨다.

김 교수는 “북한으로선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대비해 파고를 견딜 생존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을 것”이라며 “그래서 북한은 첫째, 미국 압박은 물론 중국에도 종속되지 않을 수 있는 자력갱생 둘째, 미·일의 거센 압박을 버텨낼 수 있는 중·러와 연대 강화 셋째, 핵·미사일 능력을 배가시켜 한반도에서 우위의 군사력 보유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자력갱생을 선택한 것은 미국의 압박을 견디면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은 2017년 북한이 한창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때 탱크부대를 북중 국경지대에 배치해서 시위하며 압박한 바 있다. 중국은 북한을 지원하면서도 자율성을 가질 정도로 경제지원을 해주지 않았고, 북한의 재래식 군 현대화 지원에도 인색한 것이 강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앞으로 북한의 무력도발 수위는 점점 올라갈 것”이라면서 “이번에 시험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보면 기술에서 엄청난 진보가 있었다. 고체연료 사용에다 폭탄 중량을 늘려서 성공했다. 특히 이번에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를 450㎞라고 밝혔지만 북한은 600㎞라고 발표했다. 이는 150㎞ 비행을 탐지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김 교수는 “사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개방에 대한 압력으로 평양 거리에 남한 국민과 미국시민이 활보하는 것이 정권에 가장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은 현실적으로 북한 비핵화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더구나 2022년 11월 중간선거까지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대북 관계 개선보다 대중 군사안보 구축이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북미 대화는 미·중 갈등 속에서 북·미 모두 전략적으로 판을 바꿔보고자 하는 시도로 추진됐고, 북한도 게임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한정부는 이상적이면서도 민족 중심의 낭만적인 사고 속에 취해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아직까지 그런 인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거나 남은 임기 동안 기존 스탠스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문재인정부는 앞으로 북한 스스로 생존전략을 구사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남북관계는 ‘대항적 공존’ 즉 대항하면서 공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위해 우리도 북한 핵·미사일 전력에 대응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계속 외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법이고, 우리는 그 긴장을 버텨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미중 갈등은 치킨게임이다. 타협하려는 쪽이 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장기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미·중이 해법을 낼 수 없으므로 중견국가들이 힘을 합쳐서 미·중을 설득하고 동시에 공존할 수 있는 국제규범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국제사회의 노력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더 이상 정파적인 사고나 이상에 치우친 실험적 대외정책을 추구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 외교정책이 북한의 위협이나 한미동맹만 만능의 답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던 시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적어도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내부의 분열을 극복하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우리의 시각’으로 주변과 천하의 흐름을 읽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면서 “강국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대단히 유한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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