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정부·여당의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가 꼽힌다. 특히 LH 사태로 문재인 정부의 ‘공정’ 가치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고, 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국민의힘은 최대 변수로 꼽히던 ‘2030세대’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부동산 정책의 연이은 실패는 정부·여당의 최대 리스크였다. 주택 가격 폭등으로 성난 민심 속에 정부·여당은 임대차 3법으로 전세값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2·4 공급대책으로 매매가격 안정화를 시도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여기에 4·7 재보궐선거를 한달여 가량 앞둔 지난 3월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이른바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은 문재인 정부의 최고 가치인 ‘공정’에 치명타를 날리면서 ‘정권 심판론’을 불러일으켰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연설 중 눈물을 보이는 청년을 위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특히 정부·여당의 '부동산 내로남불'은 민심을 등 돌리게 하는데 결정적이었다. 김경만·김주영·서영석·양이원영·양향자·윤재갑·임종성 등 민주당 의원들의 연루 의혹이 잇따르면서 불신은 일부 일탈에서 정권 전반으로 확산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임대료 내로남불'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국민의힘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특히 ‘공정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2030세대’의 표심을 공략하는 데 공을 들였고, 이는 이번 보궐선거 승패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일 발표한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20대(만 18∼29세)의 절반가량(52.0%)은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부동층도 36.9%로 집계됐다. 전 연령대 평균 부동층 비율(26.2%)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마음을 정하지 못한 2030 유권자가 많다는 뜻이다.
2030 부동층의 민심이 최종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작용하는지가 막판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선거 후반 ‘청년’을 메시지의 중심에 세웠다.
국민의힘은 특히 ‘2030세대 즉흥 유세’를 통해 젊은 층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당원이나 당직자가 아닌 일반 청년들의 목소리는 같은 세대 청년들에게 민감한 공정, 정의 등의 가치를 내세우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연설 중 눈물을 보이는 청년을 위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수도권의 한 의원은 7일 ‘미디어펜’과 만나 “기성 정치인들은 이미 2030세대 눈에는 ‘기득권’일 뿐이다. 아무리 ‘공정’과 ‘정의’를 외쳐도 효과가 없다”면서 “하지만 같은 또래 청년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연설은 보다 가깝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2030세대’를 향한 국민의힘의 호소는 결과적으로 주효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대별 지지율에서 박영선 후보는 20대에서 34.1%, 30대에서 38.7%를 각각 기록했다. 김영춘 후보는 20대에서 40.7%, 30대에서 44.4%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박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자에서 22.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같은 조사에서 오세훈 후보는 20대 55.3%, 30대 56.5%를 기록했다. 박형준 후보는 20대 51.4%, 30대 50.7%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대적으로 박영선, 김영춘 후보는 40대에서만 앞서는 결과를 받았다.
이와 관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민심이 폭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국민의 상식이 이기는 선거”라면서 “부산은 서울보다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 것 같은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분노 표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오세훈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유세단장을 맡았던 이재영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용기 내에서 유세차에 올라와 당신들의 목소리를 들려준 우리의 수많은 청년들에게 고맙다는 말씀 올린다. 오늘의 승리는 여러분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