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렸던 4·7 재보궐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민심이 ‘정권심판론’의 손을 들어주면서 정국에 일대 격랑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이제 정치권의 시각은 대선을 향하고 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막대한 후폭풍을 맞이해야 한다. 참패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은 불가피해졌고, 거대 의석을 기반으로 독단적 국회 운영을 일삼았던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맞이한 민심은 처참하다. 이른바 ‘LH 사태’로 폭발한 민심은 기존 보수지지층인 50대 이상 장년층뿐만 아니라 우호적이던 2030세대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더구나 거대 의석을 바탕으로 부동산 3법, 공수처 법안 등을 단독 표결하면서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전셋값 논란 등으로 ‘내로남불’ 비판에 직면하면서 더 이상의 개혁 동력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앞서는 걸로 예측되자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장 당내에서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전반적인 쇄신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불가피해지면서 그간 당을 이끌어왔던 친문계 인사들에 대한 비토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당을 수습하고 차기 대권을 이끌어야 할 새로운 당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대권 구도에 미칠 파장도 상당해 보인다.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뛴 이낙연 전 대표는 선거 패배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당 대표로 재임하며 소속 단체장의 성추문으로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결단하면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합리성’도 크게 훼손됐다.
이재명 지사는 이번 재보궐선거의 패배 책임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만큼 지지층 결집을 목표로 활동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그간 친문 세력과 거리를 뒀지만 이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친문 세력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정세균 총리도 곧 총리직을 내려놓고 대권 준비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치명상을 입은 이 전 대표가 재기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정 총리가 친문의 새로운 후보로 선택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정계 개편 주도권 잡고 정권 교체 위한 '빅텐트 구성' 가능성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궐선거 승리로 ‘정권 교체’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0대 총선, 19대 대선, 7회 지방선거, 21대 총선에서 연패하면서 ‘무력감’에 빠졌지만, 이번 승리를 통해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일단은 야권 재편 과정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갖게 되면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아우르는 ‘범야권 빅텐트’가 꾸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대표의 경우 이미 보수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합당을 예고했고, 윤 전 총장 역시 이번 선거 결과를 감안하면 마냥 국민의힘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지도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일 오후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개표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승리를 이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호남 방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실책에 대한 사과 등 중도로 외연을 넓히며 선거 승리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8일 퇴임을 예고한 상태로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이지만, 윤 전 총장의 ‘킹메이커’로 함께 돌아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제3지대’를 완전히 흡수하며 ‘범야권 통합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7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김종인과 윤석열이 합쳐진다면 다시 국민의힘과 합쳐질 가능성이 있냐'는 말에 "저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윤 전 총장이) 제1야당 타이틀로 출마해야 승산이 있다"고 했다.
당 안팎의 대선주자들도 대권 준비에 착수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곧 출판 작업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캠프를 꾸릴 예정이며,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대권 준비를 위한 첫걸음으로 복당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