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결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가장 큰 패인으로 지적된 만큼 선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당청이 갈등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이 30%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장 집값 안정이란 과제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워보이는데다 북미 대화나 한일관계 등 외교적 난관을 돌파할 기미가 안 보여 레임덕 문턱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8일 오전 재보선 결과와 관련해 “국민의 질책을 받아들인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면서 “코로나19 극복과 경제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데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19 극복과 경제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부패 청산 등이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절실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이러한 국민 요구를 실현할 노력을 흔들림없이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 당청은 이미 부동산 정책을 두고 엇박자 조짐을 드러낸 바 있다. 민주당은 ‘민심 수습’ 차원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면서 무주택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공시지가 인상률 조정 등 정부 기조와 결이 다른 공약을 내기도 했다.
반면,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1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실망하고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주택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제안이 있지만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 자치단체가 마음을 모아 시장 안정에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이번 선거는 여야 모두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초점을 맞춰 유세전을 펼쳤다. 민주당 후보들은 “한 번만 기회를 달라”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 안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민의힘 등 야권 후보들은 정권심판론을 내걸었다. 그 결과 여당이 거의 더블스코어로 대패해 국민들이 ‘정권심판’을 선택한 셈이어서 여당 내 차기 권력 후보들도 문 대통령에 대해 각을 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경기대 부총장)은 “국민들은 선거 결과에 예민하다”면서 “이번 재보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기존 국정운영 방침대로 끌고가겠다고 한다면 내부 균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국민의힘에 경쟁력이 생긴 만큼 경쟁적인 미래권력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여의도 시계’는 빠르게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이후를 바라볼 가능성이 커졌다. 정권 재창출이 필요한 민주당이나 정권교체가 시급한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 세력들 사이에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힘의 재균형이 정계 개편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민주당의 경우 5월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예정되고, 9월 대선후보 경선 일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교수는 “앞으로 민주당이 대선을 중심에 놓은 행보를 펼쳐야지 당권 경쟁이 과열되면 국민과 더욱 멀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4,7 재보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과 야권은 또다시 두 가지 갈림길에 섰다. 국민의힘이 주도해 대선 준비를 해나갈지 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물론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포함하는 대통합 정계개편을 추진할지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야권 내 ‘빅텐트’가 형성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 교수는 “만약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했다면 윤석열 전 총장은 더 큰 기회를 얻고 제3지대 얘기도 나왔을 테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며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대선을 준비할지 야권 후보를 모아 대통합 이벤트를 펼쳐나갈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선거 후폭풍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국무총리 교체를 포함해 조만간 큰 폭의 개각을 단행하는 등 국정쇄신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세균 총리가 재보선 이후 대선 출마를 위해 총리직 사퇴 의사를 사실상 공식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후임에 대구 출신으로 문재인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대구 수성구 갑 지역 의원을 지내며 국민 대통합 이미지를 쌓았다. 임기 말 ‘통합형 총리’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 총리로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영란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개각과 관련해선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으로 이미 사의를 표명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