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입니다’. 오늘날 모든 산업과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한 가지 꼽는다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든 기업들이 똑같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모두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제품군의 종류를 확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다른 경쟁자들과 똑같아져버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여기 동일함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독특한 전략으로 '느리지만 꾸준히' 시장을 지배하는 '물건'들이 있어 주목된다. |
[미디어펜=김세헌기자] 1995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가 개봉된 이후 픽사는 전세계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픽사가 어떤 곳이며, 감동적이고 기발한 스토리를 생각해낸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영화를 만들어내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 사진= 픽사 애니매이션 <업, UP> 포스터 |
특히 픽사가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되기까지의 성공 뒤엔 영화산업을 바꾼 괴짜들의 힘이 지대했다.
3차원 컴퓨터 그래픽스를 이용한 최초의 영화를 제작한 천재이자 픽사를 만든 최고경영자 에드 캣멀, 미국 영화업계에서 손꼽히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애니메이터 존 래스터, 컴퓨터 페인팅 부문의 혁신을 이뤄낸 앨비 레이 스미스. 흥미롭게도 이 해피엔딩의 주인공들은 시쳇말로 ‘루저’였다.
창업자인 래스터는 디즈니에서, 엘비 레이 스미스는 제록스에서 잘렸으며, 캣멀은 전공과 무관하게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힘겨워 하고 있었다. 픽사 중흥의 주역인 스티브 잡스는 공동 창업한 애플컴퓨터에서 밀려나면서 조롱거리가 된 인물로 유명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