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맥주시장 점유율 1위 오비맥주가 신제품 출시와 함께 가격을 올렸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가격 인상에 동참할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다.
13일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현재로선 맥주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맥주시장 1위인 오비맥주가 가격을 올린만큼, 다른 회사들은 ‘시기’를 재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이달부터 자사 일부 맥주 출고가를 1.36% 인상했다. 대상품목은 카스프레시·카스라이트·오비라거 등 업소용 330㎖ 병 제품과 생맥주(케그·20리터) 등이다.
업소용 카스프레시·카스라이트 병(330㎖ 기준) 출고가는 845.97원에서 857.47원으로 11.50원 인상됐다. 케그(20ℓ)는 3만430.45원에서 3만844.30원으로 413.85원 올랐다.
이번 오비맥주 가격 인상은 세금 때문이다. 기재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지난 3월부터 맥주와 탁주 세율이 0.5% 올랐다. 맥주와 탁주에는 물가연동제가 적용된다. 물가상승률 만큼 맥주와 탁주에 붙는 세금을 해마다 조정하는 것이다.
오비맥주는 해마다 주세가 오를 경우 생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해 가격 조정에 나섰다.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 한다는 취지에서 판매 비중이 높지 않은 유흥업소용 제품에 한해 가격을 인상했다. 최근 신제품 ‘올 뉴 카스’를 출시하고, 가정용 등에서 가격을 올리면 경쟁사와 점유율 다툼에서 밀릴까 우려한 측면도 있다.
오비맥주가 매출 비중이 큰 가정용과 음식점용을 제외하고 선택적 가격인상을 하면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고민에 빠졌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맥주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판매율이 높은 500㎖ 병과 캔 제품을 가격 인상한다면 모를까, 오비맥주처럼 이를 제외하고 330㎖ 병에 한해 값을 올리는 것이 이득이 될지는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3사 중에 맥주시장 점유율이 가장 낮은 롯데칠성음료는 오비맥주에 이어 하이트진로의 행보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오비맥주와 달리 500㎖ 병 제품 등에 대해 가격 인상을 고려하는 것도 어렵다. 소비자 반발이 우려돼서다. 실제로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오비맥주 가격 인상 이후, 서울 강남구 오비맥주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유흥업소용이 한 상자 당 200원 오른 셈인데, 코로나19로 힘든 유흥업소 운영자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세금이 올라서 그 부분을 반영하는데 있어서 나름대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 관계자는 “1등인 오비가 올렸으니 다른 회사들도 가격을 올리는 게 수순이라고 보는데, 오비가 가격을 올리고 나서 유흥업소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만 얻은 걸 보고 타사들은 현재로썬 눈치 보기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