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 ‘모듈러 건축’ 앞세워 신사업 드라이브

[미디어펜=이동은 기자]코오롱글로벌이 ‘모듈러 건축’을 앞세워 신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건설현장에서만 공사를 수행한다는 기존 건설 산업의 패러다임을 넘어 ‘탈현장화’를 촉진하고 모듈러 사업의 강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모듈러 공법’이란 구조체를 포함해 건축 부재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후 공사 현장에서는 설치와 내외장 마감 등만 진행하는 방식이다. 공사 현장에서의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고 이축·재설치가 가능해 공사 기간 단축·친환경성·안전성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모듈러 사업에 처음 진출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중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음압병동을 제작하면서다. 음압병동은 기압 차이를 만들어 공기 중 바이러스를 병실 밖으로 못 나가게 하는 시설로, 주로 감염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3월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치료시설이 부족해지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서울대병원 의료진과 감염병 환자 치료를 위한 음압병동을 설계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제작 13일, 운송 5일, 현장설치 3일, 시운전 1일 등 총 22일 만에 경북 문경의 서울대병원 인재원에 총 24병상, 1개동 규모의 모듈러 음압병동이 설치됐다. 코오롱글로벌은 건립비용 약 25억원을 전액 부담했다.

이어 국립중앙의료원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음압병동을 모듈러 건축방식으로 제작했다. 코오롱글로벌은 국가에서 제시하는 음압병동의 기준을 맞추면서 ‘이중복도’인 1층과 달리 2층과 3층은 ‘중복도’로 설계하는 등 의료진의 요청사항도 반영했다.

또 고양시 국립암센터 음압병동 리모델링 공사도 수주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기존 외래병실을 리모델링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음압병동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최초 확진자가 나온 이후 사태 장기화로 국민의 피로감이 극대화하고 있는 가운데 코오롱글로벌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성공사례를 보고 해외에서 음압병동에 대한 문의도 들어오는 등 수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서 코로나 긴급차관형식으로 음압병동의 건설제안을 했지만, 해당 국가에서 의료마스크, 기자재 등의 소모품을 시급하게 필요로 하면서 수출이 실현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동반성장 파트너사인 ‘액시아 머티리얼스(AXIA Materials)’와 기술협업을 통해 싱가포르 국립의료원에 이동형 음압병동 50기를 납품했다. 또 아랍에미리트(UAE) 카옌그룹과 모듈형 주차타워 건설 관련 공동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모듈러 공법에 대한 구상은 OSC(탈현장건설) 건축이다. 이를 위해 △급속시공이 가능한 구조시스템 △외벽 패널라이징 공법 △인필(Infill) 구조체 제작 및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2~3개 층의 외벽체를 한 번에 설치하는 방식과 화장실·욕실·주방 등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구조체에 끼워 넣는 방식 등을 통해 획기적인 공사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코오롱글로벌은 이 같은 건축방식을 통해 기존건축물과 동일한 품질과 공사비를 유지하면서, 시공기간을 최소 20% 이상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글로벌은 모듈러 건축을 신사업 중 하나로 삼고 본격적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설립된 자회사 코오롱이앤씨(전 코오롱모듈러스)는 설립 5개월 만에 매출 110억원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듈러 음압병동의 강자로 거듭난 데 이어 모듈러 공법의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 명동에서는 식음료(F&B) 근린생활시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서울 중심에 일반 재래식공법으로 시공이 어려운 필지에 모듈러로 급속시공하는 사업이다. 아파트 공사 시 공기지연이나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옥탑 부분을 모듈러로 시공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으며, 인천 서구 가좌동 오피스텔에 적용한 바 있다. 이밖에도 아토메탈 사옥을 모듈러로 단기간에 시공했으며, 코오롱만의 모듈형 타운하우스 브랜드 및 상품을 설계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환경·안전 등의 측면에서 모듈러 공법은 건설업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는 사업이다”며 “건설현장의 노조 문제, 인력수급문제,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모듈러 공법과 같은 OSC건축방식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