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
정착 조합원은 관심이 없고...
불법 선거를 막아보겠다는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금품 선거, 불법 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 선거 운동이 워낙 초등학교 반장 선거 운동 수준이라서 주먹구구식이며 또한 선거 운동과 관련한 각종 제약이 많아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리는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직 조합장은 현직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할 수 있는 우월적 위치에 놓이기 되어 유리하게 작용하는 등 여러 가지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강성노조로 잘 알려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12월 3일부터 9일까지 8기 지도부 선거를 처음으로 조합원 직선제로 치르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조합원 선거 한계상 조합원의 관심도는 높지 않았다. 실제로 조합원 선거의 관심도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솔직히 후보들의 차이를 잘 모르고 그나마 친분이 있으면 현장순회 등을 함께 해 준다며 선거가 오히려 조합원에게 피로감만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니 조합원 선거는 개선의 여지가 상당히 많아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총선과 대선의 바로미터가 될 조합장 선거
아무리 공명 선거를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선거에서 나타나는 불법성을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선물 대량 발송은 물론 후보자 매수에 이르기까지 각종 불법행위가 자행되면서 불법 선거운동으로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없는 해에 치러지는 초대형 선거다 보니,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등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권은 자의반 타의반 관심을 가지며 관여할 소지가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조합장 선거는 일반적인 공직 선거와 달리 전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선거여서 소지역주의에 혈연·지연·학연을 바탕으로 한 불법, 탈선이 자행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제왕적 권한을 가진 조합장
▲ 3월 11일 개최되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의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농협중앙회 대의원 300여명이 공명선거 실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또한 농·축·수협 조합장이 주는 권한과 지위는 교도소 담을 넘나드는 위험을 감수하는 사활을 걸만큼 매력적이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조합장이 되어 기관장으로 권한과 지위를 누리고 싶은 자리로 알려져 있다. 속칭 제왕적 권력을 가진 지역 왕인 셈이다. 일단 조합장에 당선되면 임기 4년이 보장받게 되면 평균적으로 매년 5000만∼8000만 원의 급여와 성과급, 판공비 및 활동비, 유류지원비 등을 제공 받는다.
일부 조합장은 비서와 차량이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거기에 조합의 자금 조달과 공급, 대출 등 금융 업무를 총괄하며 조합원의 인사, 사업 예산, 각 종 사업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조합장은 지역에서는 제왕이라 불릴만하다.
또한 도의원, 시의원, 군의원 등으로 정치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되기도 하고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때문에 각 읍 면 단위로 구성된 농·축·수협의 조합장 당선은 곧 해당 지역의 기관장 이상의 지위를 가져 지역의 이너서클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불법 선거운동만 과열되어
그러다 보니 불법 선거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조합 운영권과 인사권을 가지고 지역의 돈줄을 장학하고 억대 연봉과 활동비가 보장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부정선거, 금권선거를 통해서라도 자리를 차지하거나 유지하는데 혈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벌써부터 조합장 선거에서 불법 탈법이 판치고 있다. 조합장 선거 입후보예정자가 음식점에서 조합원에게 술과 음식을 제공한다든지, 조합장 선거 입후보 예정자의 불법 문자발송을 한다든지, 조합원에게 선물을 돌린다든지, 타 입후보예정자에게 불출마 조건으로 수십억원을 제공하는 등 조합장 선거 관련자들이 벌써부터 구속되어 철장신세를 지고 있다.
조합장보다는 이사회 기구를 통한 권한 분산이 필요
조합장은 기관장이나 입신을 위한 교두보가 아니라 그저 조합원의 대표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되며 조합장은 조합과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권한을 독단적으로 행사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조합장 선거는 벌써부터 과열양상, 혼탁조짐으로 치닫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깨끗한 선거도 좋지만 조합원들이 후보자 면면을 살피고 투표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거기에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선거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결국 조합장 선거의 불법, 탈법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주어진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조합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주장하고 싶은 것은 조합장의 제왕적 권한을 이사회 같은 협의체에 이양해 조합장이 권한을 행사하기 보다는 조합원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선거로 생겨나는 부작용은 조합원에게 돌아오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게 된다. 조합장 선거도 선거다. 후보자의 자질과 경영능력을 검증해 깨끗한 선거문화 조성에 도움이 되는 기회가 되길 기원한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