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고 공식 결정하자, 한국 정부는 즉각 철회를 요구했고 다수의 시민단체들은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잇달아 내놨다.
연일 한국이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일본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자, 일본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이 원전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 폐기물을 더 많이 방류하고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그래픽=미디어펜
일본의 주요 언론 역시, ‘처리수 영향 없음에도 일본 공격하는 한국’, ‘한국이 처리수 더 방류하는데, 왜 일본 정부는 가만히 있나’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대규모 쓰나미로 인해, 발전소 내 모든 전기시설이 침수되면서 원자로 냉각을 위한 냉각수 펌프가 중단되고, 이 때문에 원자로 내부 온도가 상승하면서 수소폭발로 이어져 방사능이 유출됐다.
이후 최근까지 건물 내부의 융해된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물을 쏟아붓고 있고, 하루에 약 100~180㎥의 오염수가 발생했으며, 2020년 9월 기준 123㎥의 오염수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오염수의 저수가능량이 총 137만㎥인데, 2019년 기준 이미 117만㎥의 오염수를 저장해, 2022년이면 저장 공간이 부족하게 되면서,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오염수는 방류하기 전에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오염을 정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삼중수소는 ALPS로 정화되지 않아, 방류될 시에 방사능 물질이 사라지지 않고, 인체에 들어갔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삼중수소는 ‘한국이 더 많은 오염수를 방류하고 있다’고,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물질이다.
2019년 ALPS 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에 보관돼있는 삼중수소는 2019년 11월 기준 약 856조 베크렐(㏃)이고, 원자로 내에 발생한 삼중수소 총량은 2069조 베크렐로, 이중 탱크에 저장돼 있는 860조 베크렐을 뻬면 1200조 베크렐이 건물 내부에 남아 있는 셈이다.
한국의 경우, 2019년 한해 배출한 원전 삼중수소는 총 366조 베크렐이며, 이 중 해양 방류 처리한 것은 204조 베크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가 856조 베크렐임을 감안하면 한국이 3, 4년 동안 배출한 삼중수소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와 비슷한 양이다.
이와 함께 다른 나라의 원전에서도 삼중수소를 바다로 방류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자국의 방류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와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삼중수소 배출현황./사진=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실제로 한국 월성 원전은 연간 23조 베크럴, 고리 원전에서는 45조 베크럴의 삼중수소가 바다로 방류됐으며, 프랑스 트리카스탄은 54조 베크럴, 영국 헤이샴 390조, 미국 캘러웨이 42조 베크럴, 캐나다 부르스 892조 베크럴 등 타국도 상당한 양의 오염수를 방류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쓰나미 발생 이전에는 한국 월성 원전의 10분의 1인 연간 약 2조 배크럴이 방출됐으며, 일본이 향후 20 ~ 40년 동안 방출하겠다고 발표한 삼중수소 양은 연간 22조 베크럴이다.
타국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 배출량보다, 후쿠시마 원전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반 원전과 사고 원전의 단순 비교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은 정상 운영 중인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폐기물을 국제 안전기준에 따라 배출하고 있고, 후쿠시마의 경우는 사고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대량 방류하는 것으로, 오염수가 초래할 환경적 불확실성 측면에서 다르다는 논리다.
하지만 한국이 주장하고 있는 논리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의 이번 방류 결정은 IAEA의 안전기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는 일본이 공개한 기준 정보 외 전체적인 정보공개 및 독립적인 조사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일본의 방류 결정에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긴밀한 협조하에 방사능 폐기물 처리 및 복원, 원전 폐로 등, 원전 사고의 후속 처리를 진행했다”며 “이번 방류 결정은 국제 안전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일본 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18일 한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방류와 관련해 정보를 제공하도록, 미국이 개입할 계획이 있냐는 물음에 “일본 정부의 방류계획은 매우 명확한 규정에 따르고 있고, 미국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해, 일본의 방류 결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한편,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위위원장은 지난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토론회’에서 “한국의 원전 폐기물 방류의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동아시아 전체를 핵폐기물 무방류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