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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이 '토'라면…가족에게 침뱉는 격이다

2015-01-19 15:27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영화 '국제시장'의 돌풍이 거세다. 이미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에는 자신과 우리네 부모의 삶이, 할아버지 세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는 가족을 위해 살아온 옛 세대의 기억을 뒤돌아본다. 주인공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면서 하나의 가족을 일군다. 반면 영화 국제시장에 대해 못마땅하고 불편한 이들이 있다. 좌편향 일색의 영화계 사람들이다. 영화평론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양쪽의 시선을 자유경제원이 다루어보았다. 자유경제원은 20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국제시장, 우리 시대에 주는 의미' 토론회를 개최한다. 자유경제원은 영화 국제시장이 우리 시대에 전하는 의미에 대해서 탐색한다. 아래 글은 발표자인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의 발제문이다.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나

“국제시장”에 대한 비판

영화 '국제시장'은 1월 13일에 개봉 28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여 2015년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되었다. 이렇게 영화로서 성공했으나 좌파들의 비판을 많이 받았다. 김태훈은 “늙은 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를 영화로 꼭 다시 봐야 되나”라고 했다.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국제시장'을 비판하면서 “머리를 잘 썼어. 어른 세대가 공동의 반성이 없는 게 영화 '명량'수준까지만 해도 괜찮아요. 근데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거든요. 정말 토가 나온다는 거예요.”라는 말을 해서 논란이 되었다.

영화평론가 중에는 “이 영화가 한국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을 외면함으로써 산업화 세대를 미화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 몸을 바치는 것 이상 아무 생각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이고, 왜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 배경이 없다”고 비판했다. 왜 기성세대를 독일 탄광으로 내몰았으며, 베트남 전쟁터로 가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고생'이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가에 대해선 침묵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성찰'이 제외된다면, '위로'의 기능에만 머무를 뿐이다.”

이와 같이 부정적인 평가는 대부분 월남전 참전이나 독일로의 광부·간호사 파송의 시대적 배경 등에 대한 평가가 없는 영화는 이유로 이 영화의 가치를 평가절하시킨다. 이 영화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데, “아버지 세대를 무한 찬양해 박정희 시대를 미화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또 다른 비판은 영화가 젊은 세대를 너무 이기적이고 철없는 존재로 그려내는 것을 비판한다. 덕수의 막내 여동생 끝순이가 철없는 행동으로 오빠의 속을 썩이는 모습이나 덕수의 장성한 자녀들이 손주를 맡기고 자기들끼리 여행을 떠나는 장면 등을 통해서 젊은 세대를 자기밖에 모르고, 혜택만 챙기는 이기적인 존재로 속물같이 묘사하는 것을 비판한다.

반면에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이제는 작고 볼품없이 굽어진 우리 아버지의 어께이지만 그 어께가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 분들은 인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 분들이다.”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 영화를 제작한 윤제균감독은 “힘든 시대를 굳세게 버틴 어르신들이 존경스럽다”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과 “아버지 세대의 삶을 그저 무한긍정과 찬양 일색으로 그렸다”고 지적하는 극과 극의 반응이 관객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다고 했다.

   
▲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국제시장”에 나타난 자유주의 철학

이 영화는 윤제균 감독이 평범했던 자기 아버지 얘기를 하려고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로서의 작품이고 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덕수’는 바로 윤제균 감독의 아버지의 이름이며, 덕수의 성정이 윤제균 감독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이 영화가 화제가 된 이유는 세대 갈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덕수가 베트남에서 집에 보낸 편지에서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기 참 다행이라꼬.”는 문장이 특히 도화선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 고생에 비하면 너희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다’가 되는 거냐는 불만도 제기되었고 ‘부패나 무능한 어른들도 많은데 자기 반성이 없다’며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을 보이기도 했다.

윤제균 감독은 그런 반응에 정말 깜짝 놀랐다고 하면서 “이 대사는 특정 세대의 상징이 아니라 그저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는 겁니다. 저만 해도 두 아들이 없다면 이렇게 열심히 일 안 할 거예요. 부모라면 자식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고, 자식이 아프면 차라리 자신이 아프고 싶다는 부모 마음은 이념이나 세대를 초월해 똑같지 않을까요. 그리고 아버지에게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리려면 그 고생담을 전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미화했다고 하니…. 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매개로 세대간 소통과 화합, 공감대를 키우고 싶어서 만든 작품인데 정말 당혹스럽습니다.”라고 말을 했다.

마가렛 대처 “사회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이 한 말 가운데 가장 소란을 일으켰던 말이 아마 “사회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대처는 『여성 자신 Woman's Own』이라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우리가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알아서 해결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은 시대를 거쳐왔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생겼다. 가서 보조금을 얻어와야지’라든가 ‘노숙자가 됐어. 정부가 반드시 내 거처를 마련해줘야 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 사람들은 자기들의 문제를 사회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사회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이 있고 가족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어떤 정부도 사람들을 통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사람들은 반드시 우선 가지 자신을 보살펴야 합니다. 자신을 보살피고 난 후에 이웃 또한 보살피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사람들은 의무도 수행하지 않고 뭔가 자기가 마땅히 얻어야 할 것을 얻어내겠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먼저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얻어야 할 것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처 수상이 이런 말을 하자 영국사회는 “마치 벌집을 건드린 것처럼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좌파와 성직자들이 대처리즘을 비판하는데 가장 자주 인용하는 부분이 바로 이 구절이다.

그러나 이 발언에 대해서 대처 수상은 자신이 실수했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는 『마가릿 대처, 국가 경영』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인 생활을 하면서 내가 했던 발언 중에는 다르게 말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위의 발언은 그중에 속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대처는 자기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마땅히 얻어내야 할 것’에 대한 도덕적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공공지출과 세금을 일정한 한계 안에 묶어두는 것을 도덕적으로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 그냥 모든 것을 다 재분배해 버리면 되지 않는가라고 반문을 한다.

좌파는 이 질문에 답변을 하기 위해서 ‘제3의 길’이나 ‘공동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인간의 본성

인간은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을 사회적 존재라고 한다. 맹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던 수렵체취사회나 자연재해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전근대사회는 물론이고, 현대에도 경기변동과 실업의 위험 앞에 인간은 연약하기 때문에 공동체의 보호를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떠나서는 하루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공동체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든가 사회적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과 자신이나 가족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우리는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전쟁에 참전하여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고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기도 한다. 가족을 고국에 두고 이국 땅에 가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사회의 유익을 위해서 나보다 못한 이웃을 돕기 위해서 자신의 돈을 기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은 일반적으로 자신이나 자녀와 같은 가족보다 사회를 더 우선시하기는 어렵다.

기독교를 비롯한 고등종교에서는 이웃을 사랑하는 이타적인 헌신을 강조한다. 그러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결국 우리 인간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남을 사랑하는 정도에 대해서 강조를 한 것이다.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자는 남도 사랑할 수 없는 것이다.

종족번성을 위해서 동물도 자기 새끼는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하듯이, 인간에게도 본능적으로 자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헌신한다. 자신이 못 먹고 못 입더라도 자식에게는 좋은 것으로 먹이고 입히려고 한다. 강력한 이 세대간의 이타적인 행동보다 더 강한 동기는 없다. 인간이 자신의 목숨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지만, 때로는 자기의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자신의 자녀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다.

영화 '국제시장'에 나타난 아버지 덕수의 사랑은 자녀에 대한 본능적 사랑이라기 보다는 동생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다. 영하 20도의 혹한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군중 속을 뚫고 배를 타기 위해서 돌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어린 덕수의 생존경쟁의 경험한 그는 아버지의 마지막 당부를 한 평생 인생의 목적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간직하게 된다. 그는 선택을 해야 하는 인생의 갈림길마다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아버지의 당부를 잊지 않는다. 그리고 동생의 학비와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서 자신의 학업도 포기하고 목숨을 담보로 하는 해외 근로자 파견의 길을 선택하는 헝그리 정신의 근본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다.

대처는 '나의 신념'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이상은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먼저 우리 가족, 개인의 존엄성을 믿는 크리스천 가족에 의해서, 그리고 우리들 각자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가르침에 따라 형성되었습니다. 우리들은 값진 유일한 삶이란 노력하는 삶이라고 배웠습니다. 우리들은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그저 항의만 하는 것은 옳지 않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손수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길들여졌습니다.”

사회의 도움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책임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삶이 바로 인간이 마땅히 취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도덕적 의무이다. 영화 '국제시장'이 왜 이 나라 젊은이들을 독일의 가장 비참한 노동자로, 목숨을 건 전쟁터로 보내야 했는가하는 사회적 배경에 주목하기보다, 한 개인이 각 상황 속에서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처절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주목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 노력을 아름답게 보았고, 그 시대의 아픔에 눈물을 흘렸다.

오늘날 한국경제가 선진국의 문턱까지 갈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미군의 원조 때문인가? 아니면 국가를 위해서 자신의 사생활을 포기하고 희생하려는 정치가들 때문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 노동자든, 기업가든, 공무원이든, 교육자든 - 먼저 자신과 가족이 먹고살고, 후손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몸부림치는 희생에서 발산되는 에너지가 바로 오늘의 한국을 건설한 것이다. 이것을 이기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것이고 이 본능을 따를 때 번영이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처는 1970년대까지도 영국에서는 마치 근면은 탐욕인 것처럼 부정되어 왔고, 부모가 자녀에게 최상의 교육을 시키려는 것을 비웃었다고 지적하면서 보다 더 잘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라며 당당히 주장을 했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동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의 기회를 주고, 여동생에게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며주고 싶어 하는 한 가장의 눈물어린 헌신은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천박한 것도 아니다. 이것이 한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고, 경제성장이 이기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이 베풀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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