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대형주들의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그 원인이 내달 3일부터 재개되는 공매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형주들에 한해 공매도가 재개된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악재’로 작용하면서, 미리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주들의 주가 흐름이 최근 들어 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코스피는 3220.70으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한 가지 독특한 현상은 이날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상승폭이 별로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날(20일) 대장주 삼성전자의 상승폭은 전일 대비 0.72%밖에 되지 않았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 역시 0.36% 상승에 그쳤고, 시가총액 10위권 내에서 1% 이상의 상승세를 나타낸 종목은 LG화학이 유일했지만, 그마저도 1.36% 수준이었다.
반면 하락시에는 대형주들의 낙폭이 컸다.
코스피가 신기록을 세운 바로 다음날인 지난 21일 코스피는 1.52% 급락하며ㅡ 최근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대형주들의 흐름을 보면, 삼성전자가 1.55% 하락해 코스피 낙폭과 거의 같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SK하이닉스는 4.33% 급락했고, 이외 NAVER(-2.69%), LG화학(-3.25%), 삼성바이오로직스(-0.48%) 등도 비교적 낙폭이 큰 모습이었다.
즉, 최근의 대형주들은 ‘오를 땐 조금 오르고, 내릴 땐 크게 내리는’ 패턴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코스피200 내 시가총액 비중은 26% 수준이다.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코스피200 내에서만 봐도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이만큼 크다는 의미다. 코스피 지수 전체의 흐름도 삼성전자 주가 흐름과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코스피는 상승해도. 삼성전자는 충분히 오르지 않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내달 3일부터 대형주들을 중심으로 재개되는 공매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을 지칭한다.
정부는 작년 3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폭락장이 연출된 이후 금융시장의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금지기간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지금까지도 공매도에 대한 반대 여론이 우세한 모습이지만, 내달 3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 등 대형주들에 한해서는 공매도가 재개될 예정이다.
결국 최근 대형주들의 주가 부진은 공매도 재개 시, 대형주들이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내달 3일 이후 대형주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 자체를 꺼려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 “이미 공매도 재개가 하나의 ‘악재’로 주가에 선반영되기 시작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은 단기적인 것일 뿐 지수 전체적인 관점에서 공매도 재개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단, 종목별로 공매도 재개의 영향을 크게 받는 종목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지수 선물의 롱과 숏의 거래가 상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현물(주식) 공매도가 재개된다고 해도 주식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인덱스(전체 지수) 측면에서는 공매도의 영향력이 거의 없겠지만, 종목별 영향력은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