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약 50일 만에 6000만원 밑으로 내려간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작심발언’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22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개가 있지만 다 폐쇄될 수 있다”고 발언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드러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일제히 폭락세에 접어들었다. 한때 8000만원선을 넘겼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1시 30분 현재 국내 거래소 빗썸에서 개당 5800만원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6000만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약 50일 만이다. 하루 만에 약 15% 하락해 올해 들어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리플, 도지코인 등 시장에서 최근 자주 거론된 암호화폐들에 대해서는 ‘조만간 조정이 온다’는 전망이 일찌감치 나와 있었다.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올해 초만 해도 개당 3200만원 수준이었던 것이 단기간에 2배 넘게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그저 ‘재미’로 만든 도지코인이 엄청난 급등세를 나타내며 가상화폐 시가총액 5위권에 근접하는 등 시장 분위기가 비정상적 과열 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문제는 이번 조정의 원인이다. 단순히 거품을 걷어내는 건전한 조정의 과정이라 하기엔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으름장’으로 작용한 구석도 있기 때문이다. 즉, 암호화폐에 대한 당국의 강경한 자세가 다시 한 번 확인됨으로써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서 투매 양상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국내에만) 200개가 있지만 9월에 다 폐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가 없다는 말을 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아울러 은 위원장은 이날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질의에 대해서는 “금융 투자자로 전제돼야 (정부의) 보호 의무가 있으며 정부가 모든 것을 다 보호해줄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없고 제도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의 발언 맥락을 보면 거래소를 무조건 강제 폐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 계좌 이용을 의무화한 특정금융정보법이 오는 9월부터 적용되는 만큼 거래소들의 등록이 필요하다는 말을 강조한 표현이다.
정부의 보호 의무나 제도권 문제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뉘앙스가 워낙 강경했기 때문에 조만간 조정장이 올 수 있다고 생각했던 투자자들이 매도 타이밍을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한 형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경우 정부보증 화폐에 대한 불신에서 탄생한 것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나 중앙은행과는 태생적으로 긴장관계일 수밖에 없다”면서 “투자자들 다수는 가상화폐를 주식의 대체재로 생각하고 접근했기 때문에 고위 당국자의 강경 발언이 ‘악재’로 작용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