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세계 기후정상회의에서 석탄발전 수출에 대한 공적금융을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국책금융기관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민간에서 유행하던 탈석탄 행보가 국책금융기관으로 번지면서 금융권의 친환경 바람이 강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2021.4.22./사진=청와대 제공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국책금융기관들이 국내외 신규 석탄발전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향후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며 “향후 국내 추가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펼쳐왔지만,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와 베트남 붕앙2 프로젝트는 금융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상대국과의 신뢰 관계와 사업 진행 상황을 고려한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자바 프로젝트는 자바섬 서부 반튼주에 2000MW 규모의 발전소 2기를 짓는 것으로, 한국전력공사가 참여한다. 총 사업비는 34억 6000만달러다. 오는 2024년을 완공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사업 운영기간은 25년이다. 산은‧수은‧무역보험공사가 재원을 조달한다.
당초 이 사업은 환경단체가 예비타당성 결과를 내걸어 좌초될 위기에 있었다. 하지만 공기업‧준정부기관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에 따라 사업 타당성 기준치인 0.5를 넘기면서 한전은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붕앙2 프로젝트는 1200㎿급 석탄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 22억달러 규모로, 한전과 일본 미쓰비시가 각각 40%씩 지분 투자를 하기로 돼 있다. 수은과 하나은행이 금융을 지원한다.
정부의 강경 행보는 국내외로 석탄발전 투자가 중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G20 회원국과 OECD 총 41개국 중 11개국이 해외 석탄발전 공적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세계은행과 유럽투자은행, 아시아개발은행도 석탄발전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이러한 세계정세를 고려해 정책금융기관들의 해외 석탄발전 투자와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책금융기관이 석탄금융을 중단함에 따라, 민간 금융권의 탈석탄 행보도 한층 탄력받을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금융사들의 공공기관 금고 사업에서 탈석탄 성과를 평가지표로 삼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 전국 56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은 화석연료 관련 사업에 투자한 금융기관에게 금고 운영을 맡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의 1년 금고 예산은 약 149조원에 달해 금융사들로선 탈석탄 금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많은 금융기업들이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지만 아직 실천하지 못한 곳도 있다”면서도 “정부 방침이 확고해진 만큼 탈석탄 행보가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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