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미술품을 한 곳에 모아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상징성과 사회 환원의 의의를 더하기 위해 국보급 미술품의 활용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달 중 삼성 일가는 이 회장의 유산상속 내용과 사회공헌 방안 등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이 2013년 10월 신경영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중 삼성 일가는 ‘이건희 컬렉션’으로 알려진 미술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술품 애호가로 알려진 이 회장 소유 미술품은 국보급 문화재와 고가의 근현대 미술 등 1만3000여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컬렉션에는 정선의 인왕제색도, 조선시대 청화매죽문 항아리 등 국보 30점, 보물 82점 등 국내 문화재와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알베트로 자코메티 등 세계적인 미술가의 작품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감정가만 2조~3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삼성 일가는 이 회장 소유 미술품 중 1조∼2조원 가량을 기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술품은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지방 미술관 등과 기증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미술계 등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이 분산되는 것보다 한 장소에서 모아 전시하는 것이 더 의미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 컬렉션으로 미술관을 만드는 것도 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국보급, 세계적 거장의 미술품이 모인 미술관은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장소가 될 것이라는 이유다.
여기에 사회공헌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정립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역대급 규모의 사회 환원이 이뤄지면, 이를 기릴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사회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상징성과 미술품의 가치 등을 고려하면 기증 작품들이 분산되는 것보다 한 장소에 모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사회 환원의 의미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작품의 희귀성과 가치 등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술품 외에 이 회장의 유산 일부도 사회공헌에 출연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한 바 있다.
당시 삼성미래전략실을 통해 현금 또는 주식 기부, 재단설립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됐으나 실행이 지연됐고, 2014년 이 회장이 쓰러지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이 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다가 실명화한 삼성 계열사 주식 총액 2조1000여억원 가운데 세금 등으로 추징되고 남은 돈이 약 1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돈이 사회에 환원되면 13년 만에 약속이 지켜지는 것이다.
사재 출연 방식은 이 회장 명의의 재단이 설립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 삼성의 대표적인 장학재단인 ‘삼성장학회’가 설립 19년 만에 장학사업을 중단한 것도 이를 위한 사전 작업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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