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원 세종취재본부장/부국장 대우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건 이날 처음 나온 얘기다.
전자예방접종증명서를 활용, 확진자 접촉 및 출입국 시 자가 격리 의무 면제를 포함, 방역조치 완화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
홍 직무대행은 미국 화이자로부터 2000만명 분의 백신을 추가 확보, 총 1억 9900만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민간위탁 접종의료기관이 5월 말까지 1만 4000여 개소로 확대돼, 하루 최대 159만명 이상 접종이 가능하게 됐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백신 수급.접종에 대한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집단면역 달성에 국민적 에너지를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날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같은 당부를 했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와 백신과 관련, 그동안 가졌고 지금도 풀리지 않은 의문 몇 가지를 얘기해보려 한다.
우선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의 코로나19 위기는 ‘방역위기’가 아니라, ‘안보위기’라는 점이다.
상대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바이러스여서, 총포도 폭탄과 미사일도 쏘지 않을 뿐, 사실상 ‘전쟁 중'이라는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미군 숫자가 40만 4500명인데, 미국 국민 중 코로나19 사망자가 310만 6000명에 달한다는 점이, 온 인류가 지금 ‘전쟁’ 중이라는 점을 증명한다.
그런데 정부도, 여야 정치권도, 언론도 우리가 지금 전쟁 중임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평범한 국민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방역 총사령관이 된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사진=연합뉴스
첫째,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이 혈전 부작용 논란 관련이다.
정부는 즉시 접종을 중단하고, 외국의 반응을 기다렸다. 결정의 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미국 아니면 유럽이었다. 우리는 왜 판단과 결정을 못하는가? 전쟁 중인데, 정부는 ‘결정 장애’다.
100만명 당 1명 꼴인 ‘희귀 혈전’이라면서, 대체 왜 접종을 중단할까? 희귀 혈전자가 사망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모시는 ‘상전’인 미국과 유럽에서 두 백신을 허가 취소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일단 접종을 계속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게 현명한 일이 아니었을까?
백신은 지금 바이러스와 싸우는 인류의 ‘유일한 무기’다. 정말 이 싸움을 전쟁이라고 생각한다면, 적이 눈앞에 몰려오는데 무기 성능이 조금 의심된다고 그냥 내팽개쳐둘 수 있겠는가?
그동안 백신의 안전성은 보장한다던 정부가, '줏대 없이' 외국 결정만 기다리며 '갈팡질팡'하니, 국민들이 그 백신을 어떻게 믿을까?
야당과 언론도 기다렸다는 듯, 비판과 공격을 쏟아냈다.
대체 정부가 뭘 잘못했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때리려면 부작용 있는 약을 만든 제약사를 때려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고 접종 중단을 누가 비판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둘째, 접종이 중단된 사람들로 항공기승무원들이 있다.
필자는 항공기승무원들이 왜 '우선접종' 대상인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은 대개 젊고 건강하다. 소방, 경찰. 군장병 등 ‘사회필수인력’도 아닌 민간 기업의 일반 남녀 회사원들이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이 항공분야는 특히 철저하다. 승무원들은 물론 승객들도 모두 검사에서 ‘음성’을 받은 사람들이고, 대부분은 2주간의 자가 격리도 최근 마친 사람들이다. 대체 어디에 감염 위험이 있길래, 60세 이상의 '고위험 어르신'들보다 먼저 맞아야 할까?
항공기는 필수 사회간접자본임은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 비행기가 과연 얼마나 뜨는가? 승객은 과연 얼마나 타는가? 뜨더라도 화물기가 훨씬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또 그렇다면 철도, 버스, 연안여객선 종사자들은 뭐란 말인가?
방역당국에서 마음대로 접종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발표만 할 뿐, 왜 그들이 먼저 맞아야 하는지 한 마디 설명도 없다.
혹시, 그들 중 극히 일부가 미국 등 강대국 국민이고, 강대국 항공사 소속이어서는 아닐까?
셋째, ‘방역 성공국가’라는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대만이다.
현재 지구촌의 실정은 방역 성패 여부와 무관하게, 백신 보급과 접종률에 따라 '우열'이 갈리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 세 나라는 ‘예외’다.
호주는 백신접종률이 한국보다 처지고, 뉴질랜드는 아예 훨씬 떨어진다. 일본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 나라들은 벌써 마스크를 벗고, 평온한 일상을 즐긴다고 한다. 뉴질랜드 교민인 대학동기가 가끔 동창 밴드에 마스크 안 쓰고 해변에 나온 사진을 올리며, 동기들을 약 올린다.
필자가 잘 판단한 지는 모르지만, 코로나19 초기에 취한 ‘강력한 봉쇄’ 덕분이 아닌가 한다.
미국, 유럽도 그 못지않게 강력한 봉쇄를 폈지만, 호주와 뉴질랜드는 성공하고 다른 나라들은 여전히 허우적대는 상황은, 양국이 섬나라이기 때문 아닌가 생각된다. 공항과 항구만 잘 막으면, 되는 것이다.
대만도 섬나라다. 특히 중국 본토와는 ‘원수’다. 백신 접종률은 모르겠지만, 방역에 어쨌든 성공했다. 또 방역 성공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 마음대로 외국에 못 나가고 못 들어오는 나라다.
그래서 아쉬운 생각이 든다.
한국도 초반에, ‘봉쇄 없이 방역 성공’이란 외국의 칭찬에 도취돼, 야간통행금지 등 ‘최강 무기’를 아예 스스로 내버린 것은 아닐까? ‘2차 대유행', 최소한 작년 11월에는 이 큰 칼을 뺐어야 했다.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 상향해야 한다면, 저녁 9시 이후 통행금지를 '짧고 굵게' 해야 한다. 그러면 업소의 '문 잠그고 불법 영업'도 원천 봉쇄되고, 업종 간 형평성 논란도 차단될 수 있다.
셋째, 일부 언론과 야권의 터무니없는 ‘일본 칭찬’이다.
스가 총리가 미국과의 정상회담 길에, 화이자 백신 5000만명 분을 확보했다고 떠들자, 각 언론은 이를 확인도 않고 받아쓰기에 바빴다. 또 우리 정부와 여권을 공격해 댔다.
그런데 이건 일본의 일방적 발표일 뿐, 계약도 이뤄진 것도 아니고 화이자도 별 반응이 없었다. 일본은 이를 근거로 9월까지 집단 면역을 달성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는데, 계약도 안 된 백신이 그 때까지 다 들어올까? 우리에겐 계약기간도 안 지키는데...
그런데도 스가는 이렇게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뭐하고 있느냐는 식으로 떠들어 댔다. 그러다가 이번에 2000만 명분 계약을 발표하자, '언제나 들어오겠느냐'며 코웃음을 친다.
비교할 데가 따로 있지, 하필 일본을 추켜 세우고 우리 자신은 깎아내린다.
일본은 개발도상국 가난한 나라들을 빼면, 방역과 백신 모두 ‘세계 꼴찌’인 나라다. 최근 하루 확진자 숫자가 5000명 내외로 인구대비로도 우리의 2.5배고, 백신 접종률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도쿄올림픽이 ‘코 앞’인데,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에 25일 ‘긴급사태’가 발령됐다.
넷째로는, '자가진단키트' 논란이다.
4.7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방역대책을 공개 비판하면서, 자가진단키트를 허용해주면 고객들이 스스로 검사를 해 음성이 나오면 노래방이나 유흥업소 입장을 허용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당연히 업주들은 '대환영'이다.
그러나 방역당국과 감염병 전문가들은 '펄쩍' 뛰었다.
자가진단키트는 정확성이 최저 40% 수준이어서, 무증상 감염자를 걸러내지 못하므로, 음성이 나왔다고 업소 출입을 허용하면 '집단 감염'을 부를게 뻔하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용'으로, 일반인은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랬던 정부가, 갑자기 자가진단키트 2종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또 '역주행'이다.
당장 야당에 밀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언론에서 나왔다. 그러자, PCR검사가 어려운 섬 등의 약국에 비치, '보조용'으로 쓰겠다는 해명을 내놨다.
요즘은 '절해고도'라도 수십 명의 주민만 있다면, 지방자치단체 행정선과 해군·해경·지역병원 혹은 보건소의 병원선 등이 정기적으로 다닌다. PCR검사가 웬만한 섬이면 다 가능하다. 그게 안되는 섬에, 과연 자가진단키트를 팔 만한 약국이 대체 얼마나 있을까?
사실 전문가용이라면서, 누구나 살 수 있게 약국에서 판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중국·러시아 산 백신을 도입한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못하다고, 야당과 일부 언론은 ‘망언’ 수준의 발언과 보도를 일삼았다.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 백신의 안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젠 도입할 필요도 없다.
안보에는 너, 나가 없고 여야도 없다. 모두가 전쟁 중이라는 각오로, 한 마음 한 뜻으로 똘똘 뭉쳐 ‘총력전’을 벌여도 모자랄 판에, 같은 편에 총 질을 해서야 되겠는가?
비판을 하더라도, '정권 심판'을 하더라도, 지금 방역과 관련해선 아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장님 꼬끼리 다리 만지듯' 떠들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방역현장과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자신의 목숨도 돌보지 않고 헌신하는 의료인들의 사기를 꺾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