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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유산, 3조원대 사회환원 세부 내용 보니

2021-04-28 11:10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이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 3조원대 사회 환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의료 지원에 1조원을 내놓고 2만3000여점에 달하는 개인 소장 미술품을 내놓는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3년 신경영 만찬회에 참석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사상 최고액의 상속세를 과세 당국에 내며 의료 공헌·미술품 기증 등 대규모 사회 환원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국가 경제 기여·인간 존중·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라며 "차제에도 유족들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세계가 아직도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점을 고려, 유족들은 인류 최대 위협으로 떠오른 감염병에 대처하고 이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7000억원을 기부한다. 이 중 5000억원은 국내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음압수술실·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쓰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해 이후 관련 기관들 간 협의를 거쳐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운영 등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유족들은 앞으로 10년간 소아암·희귀 질환을 앓아 고통을 겪으면서도 값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출연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들이 대상이며,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 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백혈병·림프종 등 13종 소아암 환아들에게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내놓는다. 이로써 향후 10년 간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 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아암·희귀질환·임상연구·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된다.

유족들은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을 주관 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희귀 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 위원회에는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해 전국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히 검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전국 어린이병원들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국 각지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도움을 주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보 등 지정 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세계적 서양화 작품·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이 국립 기관 등에 기증된다.

구체적으로는 △인왕제색도(겸재 정선, 국보 216호) △추성부도(단원 김홍도, 보물 1393호) △천수관음 보살도(고려 불화, 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 국내 유일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고서·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 박물관 기증 대상이다.

여인들과 항아리(김환기), 절구질하는 여인(박수근) 황소(이중섭), 소녀/나룻배(장욱진)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과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전남도립미술관·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 소재 지방자치단체 미술관·이중섭미술관·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으로 가게 된다.

유족들은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수련이 있는 연못(모네)', '구성(호안 미로)', '켄타우로스 가족(살바도르 달리)' 외에도 샤갈·피카소·르누아르·고갱·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된다.

지정 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 이로써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유족들은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다. 지난해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수준이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한다는 입장이다. 유족들은 "납세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며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전자 제공



유족들은 생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간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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