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3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도 열지 못한 정부가 연일 북한에 대화 재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내달 하순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북정책을 직접 조율할 마지막 계기를 맞게 될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은 물론 동시에 미국을 향한 메시지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말단 세포비서대회까지 참석해 연설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최근까지 북한 매체를 동원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고 있는 북한이 우리정부의 대화 제의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도보다리의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지만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진통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릴 준비를 해야 할 때”라며 “판문점선언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고 밝혔다.
이어 “판문점선언의 토대 위에서 불가역적인 항구적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오랜 숙고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5월 하순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는 한편,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 북단 DMZ 통문 앞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주최 ‘4.27 남북정상회담 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북측과 언제 어디서든,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어떤 의제에 대해서도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북한도 판문점선언의 정신에 따라 조속히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오길 기대한다”면서 “우리는 어떠한 난관 앞에서도 한반도 평화번영의 여정을 중단하거나 포기하거나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국군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4.27.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정부가 3년 전 3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이어가면서 ‘한반도의 봄’을 만끽했던 시절을 복원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문 대통령의 임기가 사실상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로서는 그동안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일보라도 진전시켜야 ‘한반도의 시계’가 3년 전에서 멈추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안갯속에 있는 상황에서 5월 하순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맹인 한국정부의 요구 사항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요구해온 ‘종전선언’이나 ‘싱가포르선언 계승’ 등이 바이든정부의 대북정책의 방향이 되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최근 태세는 냉랭하기만 하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4.27 남북정상회담 기념일을 침묵으로 보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4월 27일 판문점선언 1주년 때만 해도 관영매체와 대외 선전매체를 통해 4.27 판문점선언에 대해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또 노동신문은 27일 열린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제10차 대회와 관련해 경제건설과 5개년 계획 수행에서 청년세대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의 내용을 중점 보도했다.
북한의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27일 우리 군이 추진 중인 국방개혁2.0에 대해 “북침전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모의판”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북한은 올해 1월 노동당 8차대회에서도 우리정부를 향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라”면서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한국의 첨단무기도입 중단을 주장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한반도에 첨단무기 도입 등은 한국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북한도 잘 아는 만큼 북한이 이런 주장을 펴는 목적은 향후 긴장 조성을 위해 예열하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현재 북한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이후 정책의 방향에 따라 강경 태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전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개최한 ‘4.27 판문점선언·북미 정상회담 3주년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모색’ 학술대회에서 “만일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지 않으면 북한은 김정은이 직접 서명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폐기한 미국 측과 대화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한미도 강력한 제재압박을 기본으로 하면서 북한이 거부하기 어려운 유인책을 동원해 북미관계 정상화, 코로나19 방역과 보건물자 확보, 경제발전, 제재 해제, 국제지위 제고 등의 유인책을 상응조치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기존 우리 정부가 제재압박, 북핵 불법성 비난, 대화와 설득, 경제지원, 신뢰구축 등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전략적 과오’였다고 지적으로 그는 “새로운 비핵화 전략의 원칙으로서 기존의 국제법적·규범적 접근보다는 ‘안보 대 안보’의 교환과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