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종이신문은 제4차산업혁명시대에도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종이와 디지털 사이에서 뉴욕 타임즈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주는 저서가 나왔다. 언론인이라면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을만큼 일독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조선일보 32년차 송의달 기자가 그에 대한 답을 준다. 그가 내놓은 책 '뉴욕타임스의 디지털혁명'은 현실 언론의 문제점과 동시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종이신문에서 디지털 미디어로 재탄생한 뉴욕타임스의 성공 스토리를 생생하게 또는 냉철하게 전한다.
저자는 말한다. 종이신문 광고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신문기업을 포함한 전 세계 미디어 업계가 생존을 위한 고투를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블록체인 같은 4차 산업혁명이 급진전하는 마당에 국내외 신문기업들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뛰어드는 이유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성공 사례가 극히 드문 가운데 '나 홀로 성공'하는 곳이 있다. 1851년 창간해 올해로 만 170주년을 맞은 미국 최고 권위지인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Company)이다. 2020년 말 현재 이 회사가 확보한 유료 구독자(종이신문과 디지털 합계)는 752만3000명으로 압도적인 세계 1위이다. 이 가운데 디지털 구독자는 669만 명으로 89%에 달한다. 퓰리처상 수상 횟수(130회)는 2위 매체보다 두 배 많다.
32년차 현역 언론인이 쓴 책속에는 '그레이 레이디(Grey Lady, 회색 머리칼의 노부인이라는 뜻)'로 불릴 정도로 첨단 변화에 둔감했던 뉴욕타임스가 세계적인 디지털 미디어(world-class digital media)로 환골탈태한 과정과 전략을 언론인 특유의 간결하고 흥미로운 필치로 분석했다.
그동안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환 사례는 단편적으로 다뤄졌으나 이만큼 심층적이고 종합적으로 다룬 책은 없었다. 저자는 방대한 참고자료와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품격 신문으로 성장하는 과정, 벼랑끝 위기에 몰렸던 2000년대 초반 상황, 이를 이겨내고 기술(technology) 중심의 '디지털 구독(digital subscription)' 중심 기업으로 역동적으로 변신한 스토리를 '사람'과 '전략', '시대 변화'라는 입체적 관점에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종이신문과 편집국 중심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말로는 '디지털 퍼스트'를 외쳤지만, 현실은 여전히 '페이퍼 퍼스트'였다. 편집국 기자 인력과 디지털 기술 인력 간 융합과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했지만 사주 가문과 최고경영진은 뚝심 있게 디지털 전환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웹 디자이너와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 비디오그래퍼 등 디지털 기술 인력(700명)이 편집국 기자(1750명)에 이어 두 번째로 숫자가 많은 직군이 됐고, 두 직군 간 유기적 협력은 당연한 문화이자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뉴욕타임스의 '나 홀로 성공'은 세계 초일류 미디어라는 브랜드 파워와 높은 평판, 언론의 공적 사명에 충실한 오너 가문, 투기자본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지배구조 같은 강점들이 어우러진 덕분"이지만 "뉴욕타임스 스스로 자신의 핵심이 뉴스, 즉 '고급 저널리즘'에 있음을 잊지 않고, 저널리즘을 가장 중시한 데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고품격 뉴스 콘텐츠 제작이라는 '근본'이 탄탄해야 그 바탕 위에서 디지털 상품 유료화의 성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디지털 전환 말고도 뉴욕타임스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편집국 기자들과 논설위원, 칼럼니스트들의 남녀별, 인종별, 연령대별 구성, 본사 사옥의 층별 구성, 편집국 내 사용 언어 수, 종사자들의 급여 수준, 오늘의 뉴욕타임스를 만든 주요 인물과 사건,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뉴욕타임스에 대한 거의 모든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저자는 뉴욕타임스에 관한 최신 자료와 데이터를 참고했다. 더불어 32년 경력 기자의 숙련된 글쓰기 솜씨와 함께 방대한 정보를 자기 것으로 완전히 소화해 확대경과 망원경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핵심을 꿰뚫는 문장으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썼다.
이 책은 종이신문 중심의 전통적 레거시 미디어가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을 장착한 브랜드 미디어로 안착하는 과정은 디지털 전환의 성공에 목말라하는 한국 신문업계는 물론이고 디지털 전환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의 필독서로 부족함이 없다. 복잡다단한 우리 언론 환경에서 동종 종사자라면 한 번쯤은 꼭 읽어보길 권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