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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여성방송인에 감동보다 희망인 까닭은?

2015-01-21 16:1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역할과 지위는 빠르게 변화해 왔다. 여성 경제활동이 증가하는 동시에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여성을 위한다는 정책들 다수가 정부주도이며 재원을 시혜적으로 몇몇 여성들에게 나누어주는 틀에 머물러 있다. 저출산,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보육정책 등 역대 정부 정책 모두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 새로운 시대, 여성의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며 지금까지처럼 여성이라는 틀 속에서 가두어서는 해결할 수 없다. 이제 여성운동에도 자기선택과 자기책임.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가 되는 시각이 필요하다. 자유경제원은 인권, 소비자, 방송, 경제 등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해온 여성 활동가들이 이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1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자유경제원은 <2015 이제는 자유주의 여성운동이 필요하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발표자인 박선례 국민통일방송 영상국장의 발제문이다.

방송계에서의 여성

여성방송인의 어려움은 첫째 체력이다(여성 방송인은 TV모니터에 출연하는 여성이 아닌 모니터 밖에서 일하는 여성스텝을 뜻함). 방송계에서는 여성스러움이 잘 통하지 않는다. 무거운 장비를 들어야 하고, 수시로 날밤을 새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15초 분량을 찍는데 촬영만 3시간이 걸렸다. 기획에 편집까지 계산하면 두 세배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스텝은 총 6명이 투입되었다.

MBC 오락프로 '진짜 사나이'의 경우 1시간 오락프로 만드는데 촬영한 분량은 총 100시간 분량(여러 대의 카메라를 사용하기 때문)이고, 총100명의 스텝이 투입되어 밤새며 일해야 간신히 본방 송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만큼 방송은 업무량이 대단히 많은 직종이다. 최근 비정상회담에서 벨기에 대표 줄리안이 말하길, 벨기에는 여름방학 두 달 간은 방송도 재방송만 송출한다고 했다. 방송인도 여름휴가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 개인적으로 부러운 일이다.

여성방송인에게는 출산휴가도 마냥 두렵기만 하다. 방송계는 프리랜서가 많다. 때문에 회사가 자른다는 개념보다는 본인이 쉰다는 개념이 맞다. 보통 회사에서의 여성 출산은 경력단절의 의미가 더 큰데, 물론 방송계에서도 경력단절의 의미는 있지만, 그보다는 본인 스스로 느끼는 '쉼'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트렌드의 변화가 유달리 빠른 곳이다 보니 몇 달 쉬면 감각이 떨어질까봐, 트렌드에 뒤쳐질까봐 두려운 것이다. 때문에 여성방송인들은 자신들의 선택으로 결혼이 늦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여성방송인의 어려움은 둘째 소통이다. 방송계는 유달리 남성이 가득한 공간이다. 일이 거칠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때문에 오랜 기간 남성중심의 업무구조가 자리를 잡아 왔고, 스포츠계나 예술계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가 자리하고 있어 여성들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성희롱, 여성비하 발언도 보편화 되어 있다.

   
▲ 영화 국제시장. 상업영화로서는 처음으로 표준계약서를 이행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인건비/순제작비 상승분을 모두 포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다. 

달라지고 있는 방송 영화계

최근 10여 년 동안 방송계도 많이 달라졌다. 여성방송인의 방송계 진출이 늘고 있고, 여성PD와 여성 작가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방송콘텐츠가 다양해졌고, 이를 통해 여성들의 장점인 섬세함, 감수성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능력 있는 여성방송인들이 등장하면서 방송계의 모습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최근 스텝들에 대한 대우 문제로 이슈가 된 영화가 있었다. 바로 국제시장. 상업영화로서는 처음으로 표준계약서를 이행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도급계약, 일명 통계약(각 파트별 팀장이 제작사와 계약을 한 뒤, 촬영시간을 대충 계산해서 각 팀원들에게 일괄적으로 돈을 나눠주는 방식)이 보편화 되어 있는 분위기에서 이 같은 방식은 대단히 획기적이었다. 근로시간 12시간과 휴게시간 보장, 4대보험 지급, 막내 스텝들의 경우 최저임금제 보장 등 스텝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스텝들의 반발도 없진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관행을 깬 것이므로 누군가는 피해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영화 스텝들은 하루 18시간 이상의 촬영, 쪽잠은 당연하다. 막내 스텝은 100만 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데 그마저도 못 받는 경우 태반이다. 국제시장(140억 규모)의 경우 표준계약서 이행으로 약 3억 원 정도의 순제작비 상승분 발생했다. 중간규모의 일반 상업영화는 대략 1억~1억 5천 사이 상승분이 예상된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국제시장의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2013년 10월 국회에서 영화관련 단체와 주요 기업 및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 현장 영화 스텝들의 근로 환경개선을 위한 '제3차 노사정 이행 협약' 체결했다. 2013년 2차 협약에서 규정된 '제작, 투자 시 4대 보험가입 및 표준 근로계약서 의무 적용' 등 주요 사항 및 스텝 임금체불을 예방할 수 있는 임금 관리 제도를 새롭게 도입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 콘텐츠(영화, 게임, 에니메이션) 수출을 위해 제작지원을 매년 늘리고 있다. 아울러 정부지원 콘텐츠의 경우 위 사항을 이행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방송, 영화계는 이처럼 남녀를 떠나 현장 인력들의 임금문제,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나마 이제 조금씩 변화의 싹이 보이고 있다는 게 긍정적이라고 생각된다.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진흥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5년 여성신년인사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성이 부딪치는 현실의 벽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남녀평등에 관한 정책,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성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기엔 여전히 불리한 여건이 많다. 방송, 영화계는 특히 더 그러하다. 때문에 정부가 모든 일을 책임질 수는 없지만 여성에 대한 우대정책, 여성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본다. 민간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기업이 여성채용을 꺼리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여성을 뽑으라고 정부가 강요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업에게 무조건 맡겨 두는 것도 문제 해결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기업이 메리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건 어떨까? 예를 들어 출산휴가 여성에 대한 대체인력비용 지불, 경력단절 여성 재고용시 인센티브 제공 등을 들 수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더 필요해 보인다. 공동육아, 가사 분담 등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부부가 함께 책임지는 것, 가정의 경제적 책임을 남성 뿐 아니라 여성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 개선, 아울러 제사에 대한 책임, 상속에 대한 차별 등 관습적인 문제 해결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높아지면서 역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징병문제이다. 과거에는 전쟁에서 육체적 힘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고급무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여성도 군복무가 가능하다고 본다. 여성의 군복무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선입견 탈피, 여성들의 자발성 향상 및 남성위주 업무 구조 개선에도 용이하다고 본다. 여성들의 군복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박선례 국민통일방송 영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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