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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이 우파 영화? 그냥 재밌는 '아버지' 영화!

2015-01-22 09:1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여명 한국대학생포럼 회장

왜, 그런 날이 있다. 어머니가 만든 김치볶음밥이 먹고 싶은 날이. 이제는 분명히 내가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음에도, 엄마가 해주는 김치볶음밥이 미친 듯이 먹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쫑쫑 썬 김치, 짜투리 돼지고기와 함께 고슬고슬하게 볶은 밥. 이 칼럼 역시 김치볶음밥을 떠먹는 것처럼, 오후의 든든한 식사 한 끼처럼 맛있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다들 영화 ‘국제시장’에서 무언가를 보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누구는 이 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그늘진’ 시대상이 아쉽고, 누구는 보수의 참 가치를 발견했다고 좋아라한다. 한 가정의 안주인이 될, 나를 낳으신 그녀의 나이 즈음이 되어가는 나로서는 ‘국제시장’이 그려 낸 ‘어머니’ 얘기도 해 보고 싶다.

'국제시장'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의 수많은 덕수가,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버지들이 당신의 주름만큼의 세월을 들여다보며 웃고 울면서 치유 받았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광고 말고는 그동안 한국에서 '아버지'를 다룬 이렇다 할 문화 콘텐츠가 없었기에 이번 '국제시장'의 훈풍이, 당신들 덕분에 배곯는 고통을 모른 채 자라온 세대로서 반가울 다름이다.

   
▲ 영화 '국제시장' /사진=뉴시스

영화 속에서 덕수의 아버지가 막순이를 찾으러 내려간 후부터 덕수는 집안의 장남으로서 가장의 직위를 물려받는다. 하지만 그날부로 집안의 가장은 사실 덕수의 어머니다. 실제 매러디스 빅토리아호는 거제도에 정착한다.

25살쯤 되었을까. 황해도 사투리를 쓰는, 황해도에서 나고 자랐을 여자는 생전 처음 들어 본 부산 국제시장의 새언니 집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눈칫밥을 먹으며 삯바느질로 삼남매를 길러냈고, 오지 않을 지아비를 묵묵히 기다렸다. '오마니니까. 오마니는 그래야하니까.' 그녀의 며느리 영자도 오죽하랴.

영화 말미에 덕수와 영자네 집 언덕 밑으로 빽빽이 들어 차 있는 건물들 하나하나를 기억하시는가. 집집마다 또 다른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이름이 만들어 온 위대한 가정의 역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컷, 그 평화로운 풍경이 사실은 지구의 어느 곳 보다 치열한 역사가 담긴 풍경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하고 싶던 것이 아닐까.

한편 영화에 대고 정치얘길 우겨넣는 것이 자못 찝찝하지만 일부 비판적인 분들에 의해 우편향 논란이 있는 영화이므로 잠깐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대한민국을 굳이 종으로 나누어 좌와 우가 있다고 하자. 좌 쪽에서 국제시장을 보수영화라고 비판 하는 이유이자, 우쪽에서 이 영화를 '우리네 영화'라고 호평하는 이른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인 아버지 세대가 일구어낸 눈부신 경제적 발전. 중요하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아니다. 덕수와 영자는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파독행을 택한 것이 아니다. 영화 속 덕수의 대사 말마따나 '제비새끼 마냥 입을 쩍쩍 벌리고 있는' 내 가족을 위해, 내 피붙이에 대한 애착으로 그리도 청춘을 바쳤다.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하나하나가 일구어 낸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태극기와 애국가, 베트남 참전이 아닌 바로 여기 ‘가족’에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있다. 개인보다는 전체를, 가족보다는 집단을 강요하는 사상을 갖고 있는 쪽에서는 말 할 수 없는 '가족애'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나는 '영화는 영화다.'라고 말하고 싶다. ‘또 하나의 약속’이 불편하고 ‘변호인’이 찝찝하다면 '국제시장'을 꺼림칙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간만에 제대로 된 보수 영화 나왔다며 신이 난 우파가 아닐까. 다행히, 이 영화는 정치 색상을 잊게 만들 정도로 재밌다! / 여명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숙명여대 정치외교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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