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추기경)은 3일 "정진석 추기경님이 떠나면서 남기신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 뜻입니다'라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크고 긴 울림을 남겼다"고 회고했다.
고(故) 정진석 추기경./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염 추기경은 이날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고(故) 정진석 추기경 추모미사를 집전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이 말씀은 우리 인간의 삶에서 물질·명예·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사랑과 나눔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셨다"고 언급했다.
정 추기경은 지난달 27일 노환으로 선종했다. 몸에 통증이 심해 입원한 뒤로 65일 만에 세상과 작별했다. 고인은 자연사를 원해 연명치료를 받지 않았다. 또한 생전 장기기증 서약을 해 선종 후 두 각막은 실험 연구용으로 기증됐다.
그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옴니부스 옴니아·Omnibus Omnia)이라는 자신의 사목 표어처럼 신체는 물론 모든 재산도 남김없이 기부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날 미사는 지난 1일 5일간의 장례가 끝난 뒤 봉헌된 첫 추모 미사다. 코로나19 방역수칙으로 인해 장례미사 때 함께 하지 못했던 신자들이 함께했다.
염 추기경은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원하고, 보통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했으나 정 추기경님은 버려야 행복하다고 가르쳐 주셨다"고 했다. 이어 "이 세상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삶, 죽음마저도 초월한 사람이라면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고 세상을 떠난 선배 사제의 삶을 떠올렸다.
그는 고인이 생전 중요하게 생각했던 3가지 가치인 '선교·생명·가정'을 언급하며 "정 추기경은 선교란 세례자 숫자를 늘리는 것에 관심을 둔 게 아니라 신앙 가진 사람들이 신앙인답게 자기 자리에서 살면 선교는 자연히 된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아울러 "특별히 성가정을 선교의 장이자 신앙의 전수가 이뤄지는 곳임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고 부연했다.
미사 후에는 정 추기경이 생전 신자들 앞에서 강연을 마친 후 성가 '순례자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 속 정 추기경은 "성가 하나 할게요"라며 박수 속에 성가를 불렀다. 이어 노래가 끝난 뒤 "평생 행복하게 사세요.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고인이 묻힌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에서도 사제와 신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손희송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 주례로 추모 미사가 거행됐다.
손 주교는 "당신은 바지 하나를 18년 입으시면서 절약하고 아끼셨지만, 그렇게 해서 모은 돈을 부지런히 나누어주셨다"며 "죽음을 준비하시면서 가진 바를 모두 가난한 이들을 위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내어놓으셨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각막까지 기증하셨다"고 추억했다.
이어 "돌아가신 다음에 통장 잔고 800만원은 비서진을 통해 신세 진 곳, 필요한 곳에 모두 보내셨다"고 추억했다. 묘역에서 있었던 미사 후에도 정 추기경 생전 육성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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